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박성준 기자기자 기사모음




EU 집행위 내달 1일 출범, 환경·노동규범 강화...韓수출기업 타격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28 14:09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 "기후·디지털 변혁적 힘 이용해야"

환경 및 노동규범 강화...탄소국경세·통상감찰관 제도 도입

CO2 배출 석유화학·철강 등 역외업체 수출비용 상승할 듯

"韓정부-기업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 촉각 세워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EU 집행위원장(사진=AP/연합)



다음달 1일부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EU 집행위원장이 구성한 차기 EU 집행위원단은 이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진행된 유럽의회 인준 절차를 통과해 내달 1일 출범할 수 있게 됐다.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 집행위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으면서 "EU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차기 EU 집행위는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탄소국경세’와 ‘통상감찰관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 수출기업들이 EU로부터 수출과 관련해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폰데어라이엔 신임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새 집행위원단을 찬성 461표, 반대 157표, 기권 89표로 승인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를 이끄는 집행위원단은 한국의 행정부처 장관 또는 국무위원단에 해당한다. 현재 EU 집행위는 3만 2000명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집행위원단에는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을 포함, EU 회원국별로 각 1명의 집행위원이 참여해 5년 동안 집행위를 이끈다. 규정에 따르면 집행위원단은 EU 각국을 대표하는 28명의 집행위원으로 구성돼야 한다. 새 EU 집행위는 당초 지난 10월 31일 EU를 탈퇴하려던 영국 몫을 제외한 27명으로 집행위원단을 구성해 이달 1일 출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집행위원 지명자가 유럽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인준 절차가 지연돼 새 EU 집행위 출범도 12월로 늦춰지게 됐다. 그사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내년 1월 말로 3개월 연기되면서 영국도 EU 회원국으로서 EU 집행위원 후보를 지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영국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새 EU 집행위 출범이 또다시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영국은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 후 새 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 EU 집행위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결국 영국을 뺀 27개국으로 구성된 집행위원단을 승인했다. EU 집행위는 영국에 대해 법적 대응에 들어간 상태다. 이는 영국 집행위원 없이도 새 집행위가 합법적으로 임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는 단연 기후변화 대응이다. 그는 취임 후 100일 내에 차기 EU 집행위의 기후변화, 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이날 표결 전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싸우는 데 있어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그것은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와 관련돼 있다"면서 "우리는 행동할 의무가 있고 선도할 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 그린딜’은 우리의 지구와 사람들, 경제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이는) 우리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 조치와 함께 디지털 시대에 유럽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 산업 기반과 혁신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후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혁적 힘을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은 본인을 포함해 여성 13명, 남성 14명으로 차기 집행위원단을 구성하면서 집행위 역사상 남녀 성비가 가장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르는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은 또한 집행위의 주요 인력 운용에 있어 남녀 성비 균형을 계속해서 맞춰나가겠다고 밝혔다.


◇ 도입확정 ‘탄소국경세’, 온실가스 감축 미흡한 국가 압박

▲(사진=연합)


이 가운데 다음달 초 출범을 앞둔 EU 집행위가 핵심 통상정책의 일환으로 환경 및 노동규범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한국 수출기업이 받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가 통상전문 로펌 스텝토와 함께 발표한 ‘신임 EU 집행위원장 핵심 통상정책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의 집행위는 기후변화 대책과 무역협정 이행감시 강화를 위해 탄소국경세와 통상감찰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교역 상대국의 환경 및 노동 비용 증가를 유발해 EU 산업계와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으로 적용되는 탄소국경세는 도입하기까지 1∼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도입 자체는 확정적이다.

현재 EU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역외국가에서 생산한 상품을 수입할 때 생산기업에 환경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들의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EU 내 생산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게 집행위의 방침이다.

보고서는 "탄소국경세 도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화학, 도자기, 알루미늄, 철강, 펄프·제지 등 역외업체들의 수출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며 "다소 시간이 걸려도 도입이 확정적인 만큼 정부와 업계는 탄소국경세가 EU 업계에 유리하게 정해지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도 EU의 이러한 정책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 자오잉민 차관은 브리핑에서 "탄소국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겠다는 조치에 더불어 지구온난화를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이러한 노력에 타격을 입히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중국제품들의 가격들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부유한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더 힘을 써야 한다는 파리기후협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중국 측의 입장이다.

반면 유럽철강협회와 철강 업계는 탄소국경세의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환경규제가 강한 유럽에서 생산한 철강제품이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유럽 기타업계에서는 맞관세 등의 보복조치가 따를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같이 중국이 EU와 또 다른 관세전쟁을 새로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로이터통신은 "탄소국경세는 다음달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통해 심층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OP25에는 폰데어라이엔 신임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 새로 도입되는 통상감찰관 제도, 韓 반덤핑 조사 늘어날 가능성

탄소국경세 외에도 EU 집행위가 도입하는 통상감찰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제도는 EU가 이미 체결했거나 앞으로 체결할 무역협정의 환경·노동규범 이행 감시와 무역규제조치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EU는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계속해서 압박할 것"이라며 "무역협정 내 환경 및 노동규범을 위반한 기업은 까다로운 통관, 투자 거부, 통상이익 재조정 관세 부과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윤 브뤼셀지부 팀장은 "2016년 EU의 한국산 고순도 테레프탈산 반덤핑 조사 당시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반덤핑 조치 없이 종료된 사례가 있다"며 "EU의 무역구제조치 강화에 대비해 정부와 기업은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