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비메모리' 전략 통했다…삼성, '파운드리 빅2' 도약

이종무 기자 jmlee@ekn.kr 2019.11.26 10:42:16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포 1년만에 글로벌 2위…기술 경쟁력 입증

글로벌 시장점유율 18.5%로 전년比 11.1%p 상승…1위 TSMC 추격 본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30일 경기 화성사업장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위탁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1년도 채 안돼 10%포인트 넘게 늘어나며 ‘파운드리 빅2’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기술 경쟁력도 빠르게 높아지며 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현재 이 시장을 독식하는 대만 TSMC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대형 고객사 잇단 유치…기술력 입증

26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8.5%(매출액 기준)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이 시장 점유율 7.4%로 4위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에 주력하며 대형 고객사들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잇달아 수주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미국 퀄컴과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기반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용 칩 생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퀄컴의 스마트폰용 최신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65’의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서 올 연말부터 양산된다. 내년 본격 가동을 앞둔 화성사업장 EUV 전용 라인에서도 스냅드래곤 865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IBM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위탁 생산도 수주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GPU를 PC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긴 데에는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미세화가 진전될수록 난이도도 함께 높아지는데 EUV 공정은 이러한 기술적 장벽을 뛰어 넘기 위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7나노 EUV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2019년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기업명(국가) 매출액(단위: 달러) 시장 점유율(단위: %)
TSMC(대만) 91억 5000만 50.5
삼성전자 33억 5200만 18.5
글로벌 파운드리(미국) 15억 500만 8.3
UMC(대만) 12억 900만 6.7
SMIC(중국) 7억 9900만 4.4
타워재즈(이스라엘) 3억 1200만 1.7
화홍 반도체(중국) 2억 3800만 1.3
VIS(대만) 2억 2900만 1.3
리징(대만) 2억 2700만 1.3
DB하이텍 1억 4600만 0.8
자료=트렌드포스

◇ "이재용, 비메모리 개발에 뚝심 보여줘"

업계에선 이러한 성과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규모 투자와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 비메모리를 회사의 또 다른 중심 축으로 세운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비전 선포식 당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일부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이르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미미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시스템 반도체는 수조 원의 투자비를 쏟아 부어도 기술 장벽이 높아 경험 많은 글로벌 기업조차 신중히 접근하는 분야다. 삼성전자도 인프라를 갖추고 고급 인력 수혈이 가능한 미국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최근 사실상 해체한 바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톱2’로 올라선 데 대해 "생리적 특성에 따라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기업이 새로운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얼마나 끈질기게 매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면서 "실제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뚝심과 장기적인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이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운드리 분야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정부도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삼성전자의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한편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17년 609억 달러(약 71조 6000억 원) 수준에서 오는 2021년 830억 달러(97조 5900억 원)로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에 EUV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하는 만큼 앞으로도 앞선 미세공정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객사에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너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