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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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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가열되는 '韓 미세먼지 원인' 공방전...역행하는 中 석탄발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25 11:19

기타 국가 석탄발전설비 8.1GW 줄었지만 중국은 42.9GW 증가

현재 147.7GW 규모 가동 준비중에…'脫석탄' 노력 헛수고 전락

한국과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 공방속 확대…양국 대립 거세질 듯

유럽연합과 맞먹는 석탄규모… 향후 파리기후협약 달성 적신호

▲'나쁨' 수준의 서울 미세먼지 농도. (사진=연합)


최근 국가별 초미세먼지 기여율이 담긴 한중일의 첫 공동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우리나라 초미세먼지(PM 2.5) 발생 원인을 둘러싸고 양국의 대립이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소를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의 대기오염과 스모그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일 한중일 3국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책 결정자를 위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진이 한중일 주요 도시의 국내외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자체 기여율은 한국이 연평균 51%, 중국 91%, 일본 55%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 가운데 절반은 국내에서, 절반은 외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중국 내 초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중국 내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국의 초미세먼지 가운데 32%는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과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이 한국의 초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언론은 절반 넘는 양이 ‘한국산’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한국이 중국을 탓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타임스는 이달 21일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스모그의 주원인으로 비난받아왔지만 이번 공동연구로 "한국 내의 스모그는 사실상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미세먼지를 둘러싸고 한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벌여온 비난전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한국의 스모그는 주로 ‘한국산’이라는 진실이 밝혀졌다"는 글이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 석탄발전 부활한 中…탈(脫)석탄 기조 이어가는 세계 노력 상쇄



문제는 중국이 앞으로 석탄발전소를 계속 늘릴 것이라는 점이다. 비정부기관(NGO) ‘글로벌 에너지모니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글로벌 석탄발전 비중을 계속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121.3 기가와트(GW)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건설되고 있으며, 26.4GW 규모의 석탄발전소에 대해 착공 허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에서만 총 147.7GW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새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규모는 유럽연합(EU)의 전체 석탄발전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글로벌 에너지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들의 석탄발전설비가 8.1GW 줄어든 반면 중국에서만 42.9 GW 증가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석탄발전 규모는 오히려 34.9GW 증가했다. 그동안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을 위해 탈(脫)석탄 기조를 이어간 국가들의 노력이 중국으로 인해 모두 헛수고로 돌아간 셈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스모그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등 석탄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1차 에너지소비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이 2012년 68%에서 지난해 59%로 감축됐다. 그러나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절대적인 석탄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에너지 업체 BP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2016년, 2017년, 2018년 석탄 소비량은 각각 1887.6 mtoe(석유환산 100만 톤), 1892.6 mtoe, 1906.7 mtoe를 기록하는 등 중국의 석탄 소비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모니터의 대표인 테드 네이스는 "당초 시장에서는 석탄 발전이 몰락할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중국으로 인해 다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올해 7월 기준 중국의 총 석탄발전설비는 1027 GW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254GW나 인도의 226GW 대비 약 4∼5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석탄이 부활한 배경에는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그동안 중단했던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재개해씨 때문이다.

2014년 9월부터 중국의 석탄발전소 신규건설에 대한 승인권한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서 각 지방정부로 이전됐는데, 이 시점 이후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의 규모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실제 석탄발전소 건설 승인 건수를 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는 연평균 47.5GW 규모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5년 한 해 동안만 평균대비 약 4배 증가한 184.3 GW의 석탄발전 프로젝트가 허가됐다.

이후 중앙정부는 2016년부터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지연시키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본격적으로 석탄발전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지난 2017년 대기오염과 스모그를 억제하기 위해 건설 예정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103개의 건설사업을 취소하고, 석탄 규모를 120GW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자 중국이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석탄발전소 건설에 다시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중국 정부가 199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경제성장률을 다시 촉진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석탄발전 비중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2016년 발표한 ‘에너지발전 제13차 5개년 개발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석탄발전설비를 110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 BBC 등을 포함한 주요 외신은 중국이 해당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글로벌 에너지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과 전력업계는 2035년까지 석탄발전설비를 최대 1400GW까지 늘리겠다고 중국 정부에 제안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11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되는 ‘에너지발전 제14차 5개년 개발계획’과 관련해 "석탄발전의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영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늘어나는 中 석탄발전…파리기후협약 목표 ‘적신호’

▲(사진=AP/연합)


이처럼 중국에서 석탄발전소가 늘어날 것으로 예고되면서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국은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이내 피크를 찍는 것을 약속했다.

특히 중국이 겉으로는 ‘기후변화’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뒤에서는 계속해서 석탄발전을 늘리는 등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 주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파리기후협약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중국 측은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에너지모니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중국의 석탄발전설비가 2030년까지 현재보다 약 40% 이상 축소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2030년까지 10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앞으로 EU 전체에 버금가는 석탄발전을 가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파리기후협약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중국 중앙정부가 제14차 5개년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2021년부터 석탄발전설비를 추가로 늘릴 경우 중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들의 노력만으로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경고도 나왔다. 보고서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2035년까지 석탄을 전면 중단한다 해도중국이 석탄발전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한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2020년부터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축소할 계획이다. 중국은 그간 정부주도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변화로 인해 앞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은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81억 위안(약 1조 354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해당 보조금을 56억 7000만 위안(약 9480억원)으로 줄일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2021년부터 새로 진행되는 육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도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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