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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돌이킬 수도, 방향을 바꿀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11월 14일,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사건 처리 단계별 보고로 규칙이 개정 돼도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법무부가 엄청난 개혁을 하는 것처럼 외관을 창출하고 있다. 검찰은 법무부 안이 검찰의 권한에 거대한 제한이 되는 것처럼 과잉 반응해 실질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못하도록 검찰과 법무부가 두손 맞잡고 행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11월 14일,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정부의 검찰 개혁이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각종 논란과 의혹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법무부가 검찰에 주요 활동 내용을 감독해 보고하는 것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일종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직접수사 37곳을 폐지하겠다는 방침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개혁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검찰과 법무부 모두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밀어붙인 '공개소환 금지'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면서 검찰개혁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내부부서 축소, 장관보고 강화...법무부, 검찰개혁 드라이브
이번주 검찰개혁 논란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부서 축소, 수사 내용의 장관 보고 강화 등 두 가지였다.
법무부 장관 직무를 대행하는 김오수 차관은 이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굼찰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정회의에 나와 연내 추진 개혁 중점과제의 하나로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추가로 축소하는 직제개편과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검찰 수사력을 형사·공판부로 돌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앞서 전국 검찰청에서 특별수사부 4곳을 폐지한 바 있는 법무부는 이번 방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 중 2곳,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 2곳, 일부 검찰청의 공공수사부·강력부·외사부 전체 등 직접수사가 가능한 37개 부서를 추가로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직제 개편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만 바꾸면 된다. 국회에서의 개정 입법 등 절차 없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김 차관은 이를 포함해 ▲ 수사관행 개선을 위해 개정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과 인권보호 수사규칙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 조직과 실적 위주인 검찰 문화를 민주적이고 국민 중심으로 정립하며 ▲ 공정한 인사제도 마련 등의 방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장관의 지휘감독권 실질화를 위해 검찰의 보고사항 규칙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만드는 방안과 대폭 확대된 감찰권 직접행사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께 보고드렸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법무부는 이달 12일 일선 지방검찰청에 '감독 보고'를 골자로 하는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공문에는 검찰의 주요 활동 내용을 감독해 보고하는 것을 강화하라는 요구 사항이 담겨 있다. 보고 내용을 인사복무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돼 있다.
◇ 수사 독립성 침해, 정권실세 수사 불가 등 부작용 우려
문제는 법무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두 가지 사안을 놓고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일례로 검찰의 장관 보고가 강화될 경우 검찰총장이 수사단계별로 이를 보고해야해 수사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 또 수사 내용에 대한 사전보고가 이뤄지면 법무부의 입김이 강해져 이른바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는데 단계별로 수사 내용을 사전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직제개편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만일 해당 안대로 직제를 개편하면 대한민국 부패수사 역량의 90%가 없어지고, 검찰의 전문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해당 방침이 알려진 이달 14일 이성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부부장은 내부 게시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공공수사부, 강력부 뿐만 아니라 특허범죄조작부, 사이버수사부 등 전문부서는 범죄의 고도화, 지능화에 대응해 순차적으로 만들어졌고, 각 부서 특성에 따라 꾸준히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췄다"며 "법무부의 전문 부서 폐지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직접수사 축소'라는 명분으로 일괄 폐지하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철완(47·연수원 27기) 부산고검 검사도 '법무부 검찰개혁 방안 요약문' 글을 올리고 댓글에 "전반적 기조는 법무부에 의한 검찰 장악"이라며 "기대한 방향의 검찰 독립과는 많이 다르다. 일선의 업무수행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즉각 이같은 논란들을 직접 해명했다. 법무부는 "각급 검찰청의 장이 분기별로 주요 활동과 운영 상황을 법무부에 보고하는 '감독 보고'는 1987년 제정 후 꾸준히 시행해 오던 제도"라고 반박했다.
또 "주체적인 검찰개혁을 위해 국민 중심으로 업무를 개선한 사항이나 제시된 개혁 방안을 이행한 내용 등을 감독 보고에 담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수사내용을 보고하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오수 차관 역시 수사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그런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같은 개혁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검찰개혁'을 위한 외관창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무부가 엄청난 개혁을 하는 것처럼 발표하는 안들을 세부적으로 보면 특별히 달라질 것 없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는 이달 14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건 처리 단계별 보고로 규칙이 개정 돼도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법무부가 엄청난 개혁을 하는 것처럼 외관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법무부 안이 검찰의 권한에 거대한 제한이 되는 것처럼 과잉 반응해 실질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못하도록 검찰과 법무부가 두손 맞잡고 행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 검찰 '공개소환 폐지' 1호 수혜자는 조국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그간 법무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참고인,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는 조치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 중인 법무부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는 전·현직 차관급 이상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 대표 등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동의를 받은 후 예외적으로 촬영을 허용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검은 현행 공보준칙상 예외 적용 대상인 고위공직자 등에 대해서도 소환 대상자와 일시 등을 모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달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당시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했다. 또 검찰 역시 '공개 소환 금지' 방침에 따라 조 전 장관이 검찰에 출두한다는 사실을 미리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일각에선 정 교수가 공개소환 폐지의 첫 수혜자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 교수는 현행 공보준칙의 예외 적용 대상인 '공적 인물'에 해당하지 않아 애초에 공개소환 대상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검의 공개소환 폐지 선언 이후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검찰에 출석한 실질적인 '1호 수혜자'는 조 전 장관인 셈이다.
법무부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새 공보준칙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관계자에 대한 공개 소환을 금지하면서 공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심경을 밝히는 모습은 더욱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강조하고 있는 법무부는 새롭게 발표한 공보준칙에서 기존에 담겼던 '공적 인물'의 소환을 공개하는 예외 조항을 삭제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