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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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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기요금 상승없이 특혜만 줄이겠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06 13:00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2019년 11월 들어 전력 분야에서 가장 핫한 건 한국전력 (이하 한전)의 일몰형 전력요금 특례할인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한전 이사회 입장 표명이 아니었나 싶다. 한전은 독점적 전력 공급 사업자로 공공성을 가진 동시에 국내외에 공개된 기업의 소명 또한 있어 야누스적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 사업자이면서 민간 사업자의 균형이 흔들릴 때가 있다.

한전 적자 이야기할 때 한전 안팎에서 고유가에 기인했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전 적자가 고유가에 기인했다는 근거는 장기도입계약된 LNG가 대개 ‘유가 연동형’으로 단가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화력발전의 주력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한 LNG는 장기도입계약으로 들어오는 게 태반이다. 다만 ‘고유가’ 때문이 아니라 ‘고 LNG 단가’라 하는 게 명쾌하다. 또 LNG 단가 상승이 발전 정산 단가 상승에 크게 기여한 까닭은 이명박 정부 때 금융위기 직후 2010년 전력 수요 급증을 LNG 화력 발전으로 맞춰낸 후 처음으로 LNG 화력 발전량 분율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한전 적자를 에너지 전환의 서막 전년도인 2015년을 기준년도로 비교 분석해보겠다. 2015년도의 발전 수급 구조가 2018년에도 그대로 유지된 가정 하의 에너지원별 발전량과 2018년 발전량 현황 차이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은 원자력 발전 분율 감소에 기인했고 LNG, 재생에너지, 석탄 순으로 증가했다. 결국 한전 적자는 그간 원자력 발전량 감소분을 발전 정산 단가 1, 2위인 LNG, 재생에너지에 할애하며 일어났다. 그래도 석탄 화력 발전도 일부 증가시키고 유류발전을 역설적으로 줄이며 얻어낸 차악의 결과였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경기회복의 전력 수요 급증을 유연성 좋은 LNG 화력 발전 순증으로 대처했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에너지 전환으로 발전 수급 구조를 바꾸며 원자력 발전 축소, LNG 화력 발전,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로 인한 평균 발전 정산 단가 상승으로 일어났다(평균 발전 정산 단가는 2016년 79.59원/kWh에서 2018년 90.09원/kWh로 급등했다). 평균 발전 정산 단가보다 낮은 원자력, 석탄 화력 발전 분율을 다시 높이거나 2010년에 도입된 ‘발전연료비연동제’를 가동하지 않는 한 적자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발전연료비연동제’는 한전 적자 해결의 가장 쉬운 카드지만 국민적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 공공성을 지닌 민간기업이란 야누스적 역할은 역시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대안으로 한전은 일몰형 특례 할인을 연장 없이 종료해 한전 경영 수지를 점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정권의 정치적 모토로 표현하자면 "(대다수 국민들이 체감하는) 전기요금 상승 없이, (산업정책 보조수단으로 활용되는) 특혜만 줄이겠습니다"이다.

전기요금의 무리한 일괄 상승 없이 일몰형 특례 할인을 종료하면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정책을 훼손하지 않는 묘수가 된다. 다만 ‘전기요금 특례 할인’이라는 ‘마법 물약’으로 쉽게 산업 정책을 해오던 행정부 쪽엔 큰 숙제가 생겨났다. 비유하자면 ‘마법 물약’ 없이 끝판왕을 처치하는 퀘스트를 하라고 하니 망연자실한 상태다. 산업부는 보조금 ‘현질’ 매력을 잊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일몰형 특례 할인 종료로 개선될 한전 적자가 절실하다 . 한전공대 같은 현 정권 에너지 공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모 의원실에 따르면 일몰형 특례 할인 규모가 한 해 1조 1400억 원 정도라 한다. 이 정도면 방사광 가속기 있는 한전공대 건설 및 지원 같은 장기 전략 수립에도 여력이 투입할 수 있다. 미끼형 현질 산업 정책과 거대기반연구시설과 에너지 인재 양성에 한전이 직접 뛰어드는 선택지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이중 어디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지 결정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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