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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재정건전성 확보 위해 경제 활력 제고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0.21 16:15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임동원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말 ‘2020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예산안은 2019년 대비 43조9000억원(9.3%) 증가한 513조5000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예산 400조5000원에 비해 3년 만에 113조원이 증가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019∼2023년 재정지출은 연평균 6.5% 증가해서 2023년 60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렇게 재정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내년도 국세수입은 292조원(전년 대비 △2조8000억원)으로 예상되어 2010년 이후 처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측한 2020년 국세수입 312조700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 등으로 인한 법인세 감소(△14조8000억원)와 재정분권에 따른 지방소비세율 인상(△5조1000원)으로 세수 추세가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2019∼2023년 재정운용계획상 국세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은 3.4%로 재정지출의 연평균 증가율 6.5%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가 예상된다. 정부는 2021년 이후에는 세계경제 회복과 혁신성장 정책으로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핑크빛 미래를 예상하고 있지만, 미중무역전쟁 및 한일수출규제 등 대외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이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2014년(3.3%)과 2017년(3.1%)을 제외하고 2% 대의 높지 않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는 2%마저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잠재성장률 또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어 10년 후에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가 될 것이라는 OECD 분석자료가 나왔고, 한국은행의 추정치도 OECD 분석과 유사해서 한국경제의 기력이 쇠하고 있는 현실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중앙정부 재정에서 국민연금 등 장기적인 자금 수입·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올해 37조6000억원에서 2023년 90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1.9%에서 내년 3.6%를 거쳐 2023년 3.9%로 확대된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를 넘기는 수치인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기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또한 부족한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탓에 국가채무는 2019년 740조8000억원에서 2023년 1061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뒤부터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 30% 중반대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에는 46.4%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지방자치단체ㆍ기업ㆍ가계 부채를 더하면 200%를 초과할 것이다. 정부는 아직 재정건전성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경제성장률 및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심각한 악재로 정부의 예상보다 국세수입이 더 감소하여 세수절벽이 현실화된다면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것이다. 2020년 예산에서 증가된 예산 투입의 대부분(20조6000억원)이 보건ㆍ복지ㆍ노동 분야, 특히 단기 소모성 지출에 집중되고 있어, 산업경쟁력 확보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경기 부양 효과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복지 예산은 향후 쉽게 줄이지 못하는 의무지출이 될 가능성이 높아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지만, 그 방향은 복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나 R&D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입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가 되어야 한다. 경제 성장을 통한 근본적인 세수 확충과 비효율적인 예산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미래세대에 대한 가혹한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유시장경제원리 같은 경제의 기초 여건이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이렇게 성장했는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강한 규제로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던 프랑스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노동유연성 확대 등 개혁으로 인해 기업이 활력을 되찾고 36만개의 일자리로 응답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불필요하게 개입하고 규제를 강화해서 기업을 방해하는 일은 경제 활력 제고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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