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라의 눈]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감독원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19.10.21 06: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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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요? 하, 지금 라임펀드 사태의 본질은 불완전 판매가 아니잖아요.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유동성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 중이냐는 질문에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금융소비자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해 불완전판매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가입자들을 끌어모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모처에서 본지와 직접 만난 피부관리실 A원장은 특정 금융사로부터 불완전판매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각종 서류와 녹취록 등을 제시했다. 안전자산 성향인 A원장이 위험성향 상품인 사모펀드에 가입했고, 환매 중단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 1년간 거래하던 프라이빗뱅커(PB)가 원금손실 위험이 없는 상품이니 꼭 가입하라는 말에 속아 1억원을 덜컥 투자한 것이 화근이었다.

1억원은 올해 말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자금인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A원장 역시 절대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PB는 A원장이 2억원을 예치해둔 사실을 알고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최근 대규모 손실이 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가입하라고 연일 재촉했다. 처음에는 거절하던 A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귀찮기도 하고, 정말 그렇게 좋은 상품인가 하는 의문도 동시에 들었을 것이다. 결국 A원장은 각각 1억씩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와 DLF에 투자했다가 절반에 넘는 원금을 날렸다.

그러나 아무리 금융사가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뉘우친다고 해도 투자자들에게 손실액을 물어주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상품 가입으로 발생한 손실금을 관련 절차 없이 자체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배상하는 것은 불법이다. DLF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금융사의 배상비율을 정하고,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투자자는 법적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 결국 금융사 입장에서는 분조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투자자들이 DLF에 이어 라임펀드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와중에도 금융감독원은 뒷짐을 지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고 있다. 라임펀드의 핵심은 자산의 유동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불완전판매’는 이 사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1순위로 외치는 금융감독원이 라임 펀드 사태의 본질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역할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물론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한 명, 한 명의 민원을 다 처리해야할 의무는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불완전판매 사례가 접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움직이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특정 상품에 대해 불완전판매를 한 의혹이 제기된다면, 펀드의 본질을 떠나 또 다른 소비자 피해 사례는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금융감독원의 역할이다. 아직 관련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면, ‘사태의 본질’을 운운하며 콧대를 높일 것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그 부분도 조사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는 금융감독원이 해야할 역할이자 의무인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연일 금융산업 육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러나 두 수장의 방침이 금융감독원의 일부 직원들에게는 자신들과 전혀 무관한 ‘헛소리’로 들리는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해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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