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승승장구하는 英 전기차시장에…"유류세 280억 파운드 증발"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19.10.14 14: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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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중인 전기차(사진=연합)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의 감축수단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영국 정부의 세수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대중화로 인해 휘발유, 경유로 벌어들이는 유류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류세를 대신해 전기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세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英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 목표에 잘 팔리는 전기차


▲년/월별 영국 전기차 판매량 추이(자료 : 인사이드이브이스)


14일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InsideEVs)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7.7%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에 총 1만2883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이 중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7704대로 1년 전보다 236.4% 급증하며 지난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영국의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7.5% 증가한 3147대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자동차의 판매규모보다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움직임에 있다. 인사이드이브이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디젤차의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0.6% 감소했고 휘발유차는 1년 전보다 고작 2.6% 성장하는데 그쳤다.

반면 순수전기차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지난해 대비 122.1%의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판매량이 약 30% 감소했다. 즉, 영국의 소비자들은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보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순수전기차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인사이드이브이스는 "테슬라 모델3 효과가 9월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에서 잘 팔리는 전기차는 모델3 뿐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의 경우 2000대 이상의 모델3가 영국에 인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영국에서 전기차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탄소배출의 감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의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겠다는, 이른바 탄소중립국이 되겠다고 지난 6월 말에 공식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의 탄소 감축 수단을 통해 상쇄시킴으로써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크리스 스키드모어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2050년까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만든다는 내용의 탄소 중립 관련 법령에 최종 서명했다. 이 법령에는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고 저탄소 발전 비중을 4배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같은 급진적인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서방 주요 7개국(G7) 중에서 영국이 최초다.

스키드모어 장관은 "영국은 전 세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산업혁명을 시작한 나라이지만 오늘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의 순 배출량을 영(0)으로 줄이는 새로운 법을 채택한 첫 주요국이 됐다"면서 "이 부문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이날 공식 채택한 법령은 기존의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기준에서 80% 감축한다는 목표에서 진일보한 야심찬 구상이다. 영국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악명 높은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력발전 비중을 지난 2013년부터 점차 줄여왔으며, 오는 2025년까지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영국 런던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초부터 도심의 고질적인 대기질 문제 해결을 위해 노후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인 초저배출구역(ULEZ, Ultra Low Emission Zone)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ULEZ 제도는 노후된 경유차량이 주중·주말 시간대 상관없이 도심에 진입할 때마다 기존에 시행된 ‘혼잡통행료 제도’에 더해 승용차는 12.5파운드, 버스와 대형 화물차는 100파운드의 부과금을 추가로 청구한다. 런던은 초저배출구역을 2021년 런던 외곽까지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혼잡통행료는 장애인·구급 차량 등과 함께 전기차에는 면제된다.


◇ IFS, "전기차 대중화로 유류세 없어지면 280억 파운드 증발" 경고

▲영국의 지난 9월 평균 휘발유 가격과 비중. 9월 휘발유 가격 : 리터당 126.9 펜스, 가격 비중 : 45.7% 유류세, 37.7% 원가, 16.7% VAT (표:블룸버그)


이렇듯 영국의 전기차 대중화가 조금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 오히려 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 오일프라이스닷컴 등의 외신들은 영국의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를 인용해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향후 몇 십 년 이내 정부가 벌어들이는 유류세가 모두 날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IFS는 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이 되겠다는 정부의 선언이 재정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이 담긴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IFS는 "2050년까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막대하고 장기적인 재정적 도전을 안겨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수입한 휘발유·경유에 대한 유류세는 280억 파운드(약 41조7093억원)로 영국의 GDP와 정부 총수입에 각각 1.3%, 약 4%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영국의 유류세는 리터당 57.95펜스(약 863원)로 집계됐는데, 지난 9월 영국의 평균 휘발유 값이 리터당 126.9 펜스(약 1182원)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세금이 총 가격의 약 45%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국 정부는 이미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영국 정부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11년 이후 유류세를 계속 동결시켰다. IFS는 이러한 방침으로 인해 "영국 정부는 이미 매년 약 200억(약 29조 7922억원) 파운드의 손실을 보고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영국은 현재 조기총선의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는데, 정부가 유류세를 리터당 2펜스(약 35원) 낮출 경우 10억 파운드(약 1조 4897억원)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정부는 조기 총선을 겨냥해 유류세 감면을 포함한 감세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 유류세로 인한 정부의 수입이 사라질 경우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기준으로 영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GDP의 87.5%로 집계됐다.

IFS는 "BEV, PHEV 등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정부는 (세수 보존을 위해)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징수 수단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레베카 스트라우드 이코노미스트는 "(전기차) 운전으로 인해 정부수입이 사실상 없어지고 또한 전기차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세금 정책을 시정할 방법이 없어지는 단계가 오기 전에 과세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류세가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전기차 사용에 대한 세금을 매기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단순 주행거리에 따라 세금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IFS는 "주행거리에 따라 자동차 운행에 따른 과세를 매겨야 하며, 차량이 언제 어디서 운행되는지에 따라 부과율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IFS는 이어 "운전자들이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유류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며 "정부가 시간을 끌수록 세금을 매기는 과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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