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거래소, 20일 이사회 '없던일로'...유가증권시장 등 후임인선 '오리무중'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19.09.18 18: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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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릴 안건 없다" 20일 정기이사회 개최 무산
정창희 본부장 돌연 퇴임...지천삼 본부장보 직무대행

▲한국거래소 전경.


한국거래소가 당초 20일로 예정됐던 이사회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증권시장본부장, 파생상품시장본부장 후임 인선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자리는 최근 돌연 퇴임식을 가진 정창희 전 본부장을 대신해 지천삼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가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 '낙하산 인사 저울질?'...후임인선 후보군 오리무중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당초 오는 2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이미 임기가 만료된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의 후임 인선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거래소는 아직 유가증권시장본부장, 파생상품시장본부장 후보자 선정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최근 이사회 일정을 추후로 연기했다. 거래소 측은 "이사회에서 다룰 안건이 없다고 판단해 소집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언제 이사회가 열릴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해당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후임 인선을 저울질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은태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의 임기는 올해 7월 3일 만료됐고, 정창희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임기는 이달 1일로 끝났다.  

이후 인사권을 쥔 고위급 관계자들이 거래소 핵심 보직인 유가증권시장본부장에는 내부 임원을 앉히고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금융당국 출신 인물을 선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가증권시장본부장 후임으로는 거래소 내부 인사가, 파생상품본부장 자리에는 조효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조효제 전 공시·조사담당 부원장보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부임 이후 이달 초 금감원에 일괄 사표를 제출한 인물 중 한명이다.  

유가증권시장본부장 후임에 내부 인사를 앉히는 것은 낙하산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풀이된다. 그간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자리는 거래소 내부 출신을 앉히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거래소 역사상 처음으로 이은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선임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된 만큼 이번에는 내부 출신 임원을 선임해 낙하산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후임 인선 작업이 지연되면서 이사회 일정도 잡히지 않은 만큼 
현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인 이은태 본부장은 당분간 업무를 계속하게 됐다. 정창희 본부장은 지난 16일 돌연 부산 본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현재는 지천삼 파생상품본부장보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 거래소 시장본부장 선임 절차 깜깜이...외부인재영입 긍정적 취지 퇴색

▲서울 여의도 증권가.


금융권에서는 '낙하산'이냐 '내부 출신이냐'를 떠나서 거래소 인선 작업이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본부장은 거래소 이사장이 추천하고 주총을 거쳐 선임된다. 언뜻 보기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선임되는 듯 보이지만 31곳의 금융투자업자 등 주요 주주들은 금융당국을 의식해 의결권의 대부분을 거래소에 백지 위임한다. 즉 사실상 주주들은 인사권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거래소가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시장본부장을 선임했는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청와대 역시 시장본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직무 수행 능력 등 자격요건을 따지기보다는 음주운전 여부 등 미미한 결격사유만 따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파생상품본부장은 각각 하루 평균 18조원의 증권, 41조원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양대 자본시장의 최고책임자들이지만, 선임 절차는 불공정,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관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주주들이 스스로 평가해 관 출신 임원들을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금융당국 결정에 주주들이 눈치만 보면서 받아들이다보니 외부 인재 영업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정권 눈치보기 등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거래소 노동조합은 오래 전부터 낙하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거래소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금융위는 권한없는 거래소 임원인사에 즉시 손을 떼고, 청와대 역시 금융권 임원 선임에 적재적소, 공정인사를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거래소 노조의 한 관계자는 "4년 넘게 계속해서 낙하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공정, 불합리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거래소 이사장 역시 제대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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