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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교수들이여 자성반조의 촛불을 들어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9.16 08:31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교수들의 논문 환치기 수법이 최근 교육부 조사로 그 실태가 일부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 5월 대학교수 논문의 미성년 공저자 등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실태조사는 교수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된 미성년(교수 자녀나 친인척 자녀, 지인 자녀)들이 이를 대입에 활용해 부당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실태조사는 대학이 자체조사를 벌이고 교육부가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 이후 10여 년간 대학 56곳의 교수 255명이 논문 410건에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등재했다. 상당수가 대학 입시에 유리한 스펙 쌓기 용이었다. 교수가 지식인이 아니라 사기꾼, 파렴치한이 된 것이다. 고1에게 1저자 자격을 준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고교생이던 조 씨가 외국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 해줬다"는 것이다. 외국 대학에는 논문 사기를 쳐도 된다는 뜻이다. 이 사실이 외국에 알려지면 한국 학생들을 어떻게 보겠나. 기막힌 일이다. 이번 사태로 한국은 또 한 번 국제 망신을 살 판이다.

한국에는 90,288명(2018년 교육부 통계)의 대학 전임교원이 있다. 이들 교수는 하늘이 내린 직업이다. 임금 근로자 중에서 1000명 중 4명(0.37%) 미만이 누린다는 정년퇴임을 하는 비율이 자기만 원한다면 100%다. 그것도 65세 정년이다. 65세 정년 전에는 억대의 연봉을 받고 65세 은퇴 후에는 종신으로 5000만 원에 상당하는 연금을 받는다. 부부교수라면 연간 1억 원의 연금혜택을 누린다. 1년에 4개월은 방학이고 6년에 한번 꼴로 연차를 받아서 외국에 체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근무 중에도 책을 써서 인세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외부강의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재임용을 위해서 논문이 문제라고 엄살하지만 한 번의 교수는 영원한 교수다. 은퇴 후에도 대부분 명예교수 타이틀을 단다. 조금 재단에 기여했다 싶으면 석학 교수, 석좌교수, 객좌교수 등으로 눌러 앉는다. 참으로 신이 내린 직업이고 전생에 나라를 여러 개 구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전임교원은 못되더라도 이름이라도 교수가 되고 싶어 노력들을 한다. 겸임교수, 방문교수, 객원교수, 특임교수 등 교수명이 난무한다. 그러한 교수들이 그들이 가장 소중이 여겨야 할 논문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입학 사정을 왜곡하고, 성적을 남발하고, 연구비를 빼돌리고 장학금마저 손을 대면서 하늘의 처벌을 어찌 두려워하지 않는가?

9만 명의 교수 중에서 논문 환치기에 가담한 교수는 255명 전체 교수의 0.3%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99.7%의 교수가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금번 조사에서 단국대는 총 12건의 교수 논문 미성년 공저자 등재 사례를 교육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환치기의 질이 나쁜 경우는 누락되기도 한다. 논문 환치기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환치기 논문으로 부정 입학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 물론 교육부도 이러한 환치기 논문이 난무하도록 시스템을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옛 성현들은 인간에게 요구되는 기본 덕목으로 정도(鼎道)를 요구한다. 정(鼎)은 제왕을 의미하기도 하는 데 3발로 되어 있다. 그 세발은 권력과 명예와 돈을 상징한다. 돈이 있으면 명예나 권력은 포기해야 되고 명예가 있으면 권력과 돈을, 권력이 있으면 돈과 명예를 포기하여 그 세 가지의 합이 일정한 것을 정도라고 한다. 폴리페서의 말로가 험난한 것은 정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예 있는 교수가 돈과 권력마저 탐한다면 천리(하늘의 이치)를 어기는 것이다. 교수들은 항상 하늘이 내린 천복에 감사하며 탐욕이 권력과 돈에 흐르지 않게 자성 반조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 교수들이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을 때 묵묵히 국격을 높인 그룹이 있다. K팝 관련 트렌드와 데이터를 분석하는 민간 연구소인 ‘블립’이 국내 아이돌 76개 팀에 대한 전 세계 유튜브 데이터를 관측한 결과 전 세계에서 K팝 아이돌 영상을 조회한 경우는 총 265억5000만여 건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조회한 횟수는 전체의 10.1%에 불과했다. 나머지인 약 89.1%는 해외에서 K팝 영상을 본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교수들이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했을 지도 모르는 아이돌들이 교수보다 앞서 국격을 높이고 있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직(職)의 문제가 아니라 업(業)의 문제다. 현대인의 불행은 업은 소홀히 하면서 직만 탐하는 데서 기인한다. 고위직에게는 선업 기회도 많지만 악업 기회도 그 만큼 많다는 진리의 가르침에 유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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