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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황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화학 ‘빅4’가 사업 다변화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ESS 배터리 모듈,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한화케미칼 대산공장,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
석유화학 업황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화학 ‘빅4’가 사업 다변화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규모는 35억3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이상 줄었다. 석유화학 수출 규모는 지난해 11월 처음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주요 화학 기업들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 재편에 나서는 상황이다.
◇ LG화학 =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첨단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배터리 사업을 5년 내 5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기존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와 재료사업부문, 석유화학사업본부 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사업부를 통합해 출범한 조직이다. 해당 본부는 자동차소재·정보기술소재·산업소재 등 3개 사업부를 운영하면서 차세대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소재기업 유니버설 디스플레이(UDC)와 OLED 핵심물질인 발광층의 성능 개선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LG화학은 발광층 원재료 중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저전압, 장수명 호스트’를, UDC는 ‘고효율, 고성능의 인광 도판트’를 서로 제공해 두 물질간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고, 궁극적으로 특정 고객사를 위한 최고의 고색재현 성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 SK이노베이션 =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간 약 5GWh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를 2025년까지 20배인 100GWh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또 배터리·소재·화학 등 신성장 사업 자산 비중을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늘리고 친환경 사업모델 개발로 환경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딥체인지2.0의 핵심인 글로벌과 기술 중심의 경영 전략에 ‘그린 이니셔티브’를 추가해 3대 성장전략으로 하기로 했다. 친환경의 상징인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그 경쟁력을 기반으로 E모빌리티와 에너지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배터리사업의 경우 글로벌 톱3 진입을 위해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인 ‘NCM 9½½’를 조기에 상용화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방침이다. 배터리 분리막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중국과 폴란드 외에도 추가 글로벌 생산시설을 확충해 2025년까지 연 25억㎡ 이상의 생산 능력을 키워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화학 사업은 글로벌과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한다. 신규 주력사업 분야로 선정한 패키징 분야는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인수합병 등으로 확보하고 오토모티브 사업은 기술개발에 집중해 전기자동차 확산과 경량화 추세를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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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양극재. |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은 M&A 등을 통한 사업규모 확대와 집중화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GS에너지와 손잡고 8000억원 규모의 대형 석유화학사업 투자에 나섰다. 양사는 지난 7월 비스페놀A(BPA) 및 C4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사(롯데GS화학 주식회사·가칭)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2023년까지 연간 BPA 제품 20만톤과 C4유분 제품 21만톤 생산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공장은 롯데케미칼 여수4공장 내 약 10만㎡의 부지에 들어선다. 또한 지난달 전문 소재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케미칼은 폴리카보네이트(PC) 세계 3위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해외에서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총 사업비 31억 달러를 투자해 에틸렌 100만톤 생산능력을 보유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했다. 2016년 6월부터 약 3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축구장 152개 크기(약 102만㎡)의 대규모 콤플렉스를 완성했다. 신규 공장은 에탄분해를 통해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을, EG공장에서는 연간 70만톤의 EG를 생산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미국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을 통해 기존원료인 납사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가스원료 사용비중을 높임으로써 유가변동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와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구축하게 됐고, 원료·생산기지·판매지역 다변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하게 됐다.
◇ 한화케미칼 = 한화케미칼은 지난 7월 환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하기로 했다. 당시 한화케미칼 측은 "석유화학 산업의 다운사이클 진입과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면서 "석유화학과 소재, 태양광 사업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해 각 부문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화케미칼은 핵심 성장전략 중 하나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소재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고, 항공·방산 등 미래 핵심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고 산업 사이클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태양광 사업도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태양광 산업은 이제 규모가 아닌 품질 경쟁 시대로 진입했다. 이번 통합으로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유기적 교류와 융복합 기술 개발을 통해 품질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