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확증편향(確證偏向)

허재영 기자 huropa@ekn.kr 2019.09.05 13: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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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 법무법인 에이펙스 파트너 변호사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여부를 둘러싸고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찬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각종 쟁점에 대한 의견이 대립되면서 감정의 골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동네에서도 친구 사이에도 술자리에서도 흔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찬성하는 사람은 그에게 제기된 의혹이 본인에 관한 것이 아니거나 설령 본인에 관한 것이라도 의혹일 뿐 입증된 바 없다고 한다.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은 그에게 제기된 의혹은 모두 본인에 관한 것으로 입증되었거나, 설령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여도 의혹만으로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잘한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잘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로 잘한다고 하는 사람은 과거 윤석열 검찰 총장의 임명을 반대했던 사람들이고 잘못한다고 하는 사람은 그의 임명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조국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부적임자라고 한다.

뉴스 댓글의 상당수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는 조국 후보자의 임명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를 조롱하고 미워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차단하는 일이 많아졌다. 어떤 친구는 정신건강에 해가 된다면서 더 이상 뉴스나 SNS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람이 무섭다는 사람도 나왔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보다 더 좋은 견해가 ‘사상(思想)의 자유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는 꼭 필요한 기본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우리의 생각과 표현은 자유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서로를 감내하면서 끊임없이 조국 후보자의 임명여부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대화하고 토론하여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차단하고 미워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합의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칙이다. 우리는 그런 규칙에 합의한 수준 높은 국민이다. 자신과 겨우 특정 인물의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에 대한 생각과 표현만이 다를 뿐인데 왜 그 이유만으로 서로가 서로를 차단하고 미워해야 하는 것인가. 특정 인물의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에 대한 생각과 표현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나와 함께 동네에서 자랐거나 희노애락을 함께 한 동네이웃이고 친구들인데 특정 인물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차단하고 미워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을 크게 보고, 듣고, 믿게 되어 있다. 100개의 증거 중에 97개의 증거가 다른 곳을 가리켜도 단 3개의 증거가 자신의 마음속에 뿌리박은 어떤 신념이나 견해를 지지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지지하게 되어 있다. 정치인들에게 설득당해 이미 자신이 원하지 않는 주장과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설득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우리들이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이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조국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 ‘조국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마음속 뿌리박은 편향된 확증에 근거한 것인지 여부를 냉정하게 한번 의심해 보았으면 한다. 서로 다른 주장들을 감내하면서 오직 드러난 객관적 증거와 그 증거의 신빙성에 기초하여 마음속 편향된 확증을 단호히 버리고 상대와 대화하고 토론해 보자.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비난과 미움을 그치고 여유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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