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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화재) |
[에너지경제신문 허재영 기자] 삼성화재가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메리츠화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화재는 지난 5월부터 장기인보험 선두자리를 메리츠화재에 빼앗긴 뒤 7월까지 2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경쟁력 강화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설계사 수수료 개편 카드를 꺼냈지만 이마저도 독립보험대리점(GA)의 강력한 반발에 수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화재가 업계 불황으로 인해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 속에서 장기인보험 시장 재탈환과 GA와의 수수료 전쟁이라는 ‘이중고’에 빠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GA대표단과 지난 28일 비공식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삼성화재는 실적형 수당제도를 미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GA대표단에 판매중단 조치 철회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 26일 대형 GA 대표들은 회의를 소집해 삼성화재에 대해서는 내달부터, 메리츠화재는 오는 10월부터 불매운동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보험 사업비 및 모집 수수료 개편안’을 반대하는 행동지침의 일환이다. 금융위는 2021년부터 보장성 보험 판매시 설계사에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기로 방향을 설정했다.
삼성화재의 경우에는 9월부터 신인 설계사와 타 손보사나 GA에서 이동한 경력 설계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최대 1200%까지 지급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신인 전속설계사가 실적형과 고정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적형은 실적에 비례해 최대 1200%의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계약 익월 선지급 수수료는 725%로 정했다. 고정형은 위촉 후 3개월 동안 최소 200만~최고 300만원의 고정급이 주어지고 이후에는 실적형과 마찬가지로 비례 수당을 받는다.
이 중에서 GA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실적형 수수료제도다. GA소속 설계사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삼성화재는 개편안에서 실적형 수수료제도만 미실시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신인설계사 육성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수수료 개정이 있었다"며 "다음달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GA의 반발과 내부 논의를 거쳐 미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가 수수료 개편안을 꺼내든 것은 메리츠화재에 맞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화재는 몇 년 전부터 장기인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로 재편한 뒤 전략적으로 GA 영업채널에서 파격적인 시책비를 책정해 장기인보험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삼성화재가 수수료 개편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간 장기인보험 시장은 삼성화재가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해왔지만 메리츠화재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지난 5월부터는 삼성화재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장기인보험 초회보험료 1226억원을 기록하며 5위에서 2위로 올라선 뒤 올 1분기에도 398억원의 인보험 신계약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5월부터는 135억원의 장기보장성 인보험 초회보험료를 기록하며 삼성화재(125억원)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고, 6월에도 132억원으로 삼성화재(131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 5월 21.3%, 6월 21.6%, 7월 23.1%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GA에 파격적인 시책을 제시하며 인보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지각변동을 일으키자 위기감을 느낀 삼성화재도 수수료 개편을 시도한 것"이라며 "하지만 위기감을 느낀 GA가 불매운동을 실시하기로 하며 강력하게 반발하자 어쩔 수 없이 삼성화재가 한 발 물러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