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에너지경제

ekn@ekn.kr

에너지경제기자 기사모음




[특별 기고] 에너지 전환정책 다시 돌아볼 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8.27 13:24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201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OECD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8%로 OECD 국가들의 평균 증가율 0.4%보다 무려 7배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에서 276백만톤을 줄이는 목표를 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발전부문에서도 약 57.8백만톤을 줄여야 한다.만만치 않은 감축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드맵 시행 첫해인 2018년부터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직접적 원인은 원전의 발전량은 줄고 그 대신 석탄과 LNG의 발전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탈원전 정책의 결과라는 주장과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정비일정 증가로 원전의 이용률이 감소한 결과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원전의 이용률은 65.9%로 매우 낮았고 이에 따라 원전 발전 비중은 2016년 30%에서 2018년 23.4%로 줄었다.

어떤 주장이 옳고 그르던 간에, 우리나라에서 원전의 감소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가설이 좀 더 설득력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

탈원전을 전제로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계수가 높은 석탄을 배출계수가 낮은 LNG로 대체하는 이외의 묘수는 없다.

실제로 8차 전력수급계획에 나타난 2030년 전원 구성을 보면, 현재에 비해 원자력과 석탄은 크게 하락하는 반면 LNG는 18.8%로 소폭 증가하고 신재생의 비중은 2017년 6.2%에서 20%로 대폭 증가한다.

아마도 이와 같은 전원 구성을 전제로 에너지 세제 개편, 환경급전 등과 같은 정책이 어우러져야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핵심은 신재생 발전 비중 20%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용어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재생 비중 확대라는 용어는 오히려 태양광 비중 확대로 환치되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충의 대부분이 태양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1.3GW 정도인 테양광 설비 용량이 2030년에는 33.5%GW로 증가시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쯤 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논의의 핵심은 태양광 확충의 현실성과 합리성으로 모아지게 된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둘러싼 발전사와 주민 간의 갈등, 보조금 수혜 비리, 화재와 산사태 등 안전사고를 경험하고 있다.

사실 태양광 증설은 폭주에 가깝다. 2018년 태양광 신규 설치 용량은 약 2GW를 넘는다. 2017년까지 설치된 누적 용량을 뛰어 넘는 규모다.

폭주는 계속 될 것 같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태양광 발전 설비는 2030년까지 30GW 이상 더 설치되어야 한다.

앞으로 매년 3GW 이상 새로 설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시작인데, 앞으로 어떤 사달이 날지 두렵다.

현실에서는 태양광 잠재지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토 구석구석은 누군가의 생활터전이요, 조상의 얼이 깃든 고향이요, 힐링의 휴식처요, 추억의 장소가 아닌 곳이 드물다.

단순히 일조량, 경사도 등으로만 따질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막도 없고, 황무지도 없다는 엄연한 여건을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태양광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세계 평균 정도면 어떨까?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4.4%, OECD는 24.6%다.

얼핏 보면 국내 목표 20%의 타당성을 강화해 주는 통계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력 비중이 16.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세계의 태양광, 풍력발전 비중은 5.1%에 그친다.

OECD 평균도 7.5%다. 우리나라의 수력 잠재력은 거의 고갈된 상태라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논의의 시작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돌아오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는 현실적 목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탈원전을 전제로 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도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도 높아 보인다.

재생에너지 목표 현실화와 탈원전의 감속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기대해 본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