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꿰어진 첫 단추는 결국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이라 다급하게 바꾸긴 했어도 국민의 뇌리엔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이란 키워드가 깊숙이 박혀 있다. 그냥 얕은 꾀의 실패이다.
에너지전환이란 빤짝거리는 싸구려 포장지로 겹겹이 싸두긴 했어도 에너지전환 핵심은 탈원전이며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뿌리를 뒤흔드는 화두가 된지 오래다. 그 이유는 에너지 전환의 종점은 탈원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터리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 대치 때 있었던 몰이해적인 상황의 데자뷰 같은 상황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실 에너지 전환이라 함은 ‘전력수급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그럴 듯 하게 포장한 것인데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와 원전 가동률 저하 등으로 에너지전환이란 미명 하의 전력수급구조 변화를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수면 아래의 다른 것이 보일 수 있을까 싶다.
먼저 원전의 대체재에 관한 몰이해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같은 간헐 발전은 기저부하를 담당할 정도로 정출력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을 대체할 수 없음에도,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산업부와 산업부 주변 에너지 산하 기관에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이들은 원전 마피아를 쩜쪄먹을 정도라 ‘재생에너지 마피아’라 새로 부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원전을 꺾어야 그 자리를 자신들이 주장하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즉, 탈원전 후 대체재로 재생 에너지를 먼저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망상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한답시고 에너지 저장 장치를 활용하자는 시도가 있었고 재생에너지 연계형 에너지 저장장치를 에너지생산장치로 볼 수 있다는 과학 몰이해적인 법안이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지며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러면서 급격히 보급되던 재생에너지 연계형 에너지 저장장치는 오래지 않아 역대급 화재 사고를 빈번하게 일으키며 전력산업의 한 축을 흔들어 버렸다. 부실한 사고조사로 인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비등하고 있다. 전력산업과 연계된 에너지 저장장치 산업이 한 번 더 사고로 흔들린다면 전력산업에 큰 타격이 올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은 동조한다 하지 않는다에 이견이 있지만,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이 추구하는 에너지 전환은 문제 소지가 있고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왜냐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을 앞세운 채 LNG 발전 비중을 같이 무분별하게 높이는데 천착하기 때문이다. 왜 하필 재생에너지 발전과 LNG 발전인가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책임진 핵심 정부 관계자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의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전력수급구조 개선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과 LNG 발전 비중을 높이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평균 발전정산단가가 반드시 올라가게 된다. 현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되지 않는 한, 전력을 구매하여 판매하는 한국전력 재정 적자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하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 발전과 LNG 발전 같이 발전정산단가가 높은 수단을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발전정산단가가 가장 싼 발전 비중도 함께 높이는 게 단기적인 고육지책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더이상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건설된 원전과 완공 예정인 원전 가동률이라도 최대치로 올리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최근에 이런 방향으로의 전략 변화가 엿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을 고수한다는 전제 하에, 차라리 발상을 전환하여 탈원전 방점이 원전 가동률을 낮추는 게 아니라 외려 높여서 알차게 사용한 후 발생한 저/중/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원전 폐로 기술과 산업을 진작시켜 역사 속으로 하루라도 빨리 폐원전을 보낼 전략을 검토하는 게 지금 같이 무모할 정도의 에너지 저장 장치를 까는 것보다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에너지 백년대계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상황에선 기본부터 다시 짚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공약으로 신설한 원자력 특화 공과대학들이 다 엇나가는 바람에 우리에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다. 다시 기본 다지기를 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시간만큼 원전을 포함한 전방위 에너지 및 전력 산업을 뒷받침할 거대연구시설 연계형 신규 교육기관을 늦지 않게 다시금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