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타이밍이 중요하다

에너지경제 ekn@ekn.kr 2019.08.18 11: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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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호 여주대학교 겸임교수


초스피드 시대를 살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요즘시대에 맞지 않다. 기술과 도구의 발전으로 물리적인 변화는 2~3년만에도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대학생들과 창직멘토링을 할 기회가 있었다.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가장 하고 싶은 직업에 대해서 물어보자, ‘연예인’이었다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럼 10년 정도 지난 요즘은 어떤 직업일까?" 하고 질문하자 "크리에이터 아닐까요?"라고 대답한다. 시대적으로 초등학생들은 대통령, 과학자, 선생님, 연예인, 유튜버까지 하고 싶은 직업이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교육과정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 과정 중에 1~2학기 정도를 지식·경쟁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라고 교육당국은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 직업체험활동이 대표적이다. 필자가 졸업한 중학교에서도 동창회를 통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동문들이 참여하는 직업 설명행사가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학부형도 참여한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돕고 이에 맞는 진로를 결정하도록 도움을 주는데 있다. 

최근의 언론기사를 보면 109년 전통의 특성화고등학교가 통합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확히 말하면 종합고 형태로 운영되던 학교가 특성화는 없어져서 다른 학교로 정원을 배정하고 인문계과정만 신도시로 학교를 이전해서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역사의 뒤안길 접어든 ‘개발연대 인재 산실’ 상고(商高)라는 헤드라인도 보인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의 등장으로 병원에서 의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시대적인 변화가 우리의 학교와 교육도 변화시키는 세상이 됐다. 그렇다면 전통을 지키는 교육과 변화하는 교육이 중요한지 이제는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이런 공론화가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이미 사립상고들은 인문계로 전환하거나 완전 특성화된 학교로 변화한 곳이 많다. 전통을 유지하는 학교도 교과과정이나 교육내용은 완전히 바뀌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끔 교육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얼마 전 교육부는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2024년에는 대학 입학정원보다 학생수가 12만명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국회에 제출한 교육부 업무설명 자료에는 최대 38개 대학이 폐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자발적인 퇴로 유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미 몇 년 전에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러면 현실은 어떤가? 사립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공립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있을 것이다. 사립대학은 폐교되면 교수나 교직원 모두 실직자가 된다. 하지만 국공립대학은 공무원 신분이라서 신분이 보장되다보니 상대적이라는 이야기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학교가 사라진다는 자조적인 소리도 들린다. 정말 대학현장에서는 학교의 혁신과 개혁의 모습이 눈물 나도록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인지 아니면 학문의 전당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우리사회는 왜 이 분야를 수수방관했는지 모르겠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 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인구가 줄어들고 학생 수가 감소해서 교육과 학교의 변화가 필요한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 교육계 모두가 나서서 해결방안을 같이 고민하고 사회발전 속도와 기술개발, 세계화, 인구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 자발적 퇴로 유도방안을 검토하면서 잔여재산을 설립재단이 일부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의미도 있다고 하자 여론은 냉담하다.

학교가 공공재산이라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고 한시적으로 적용해서라도 해결하자는 주장도 있다. 운영이 어려워진 사학재단과 지방대는 경영 개선 노력을 하기 보다는 잔여재산을 가져가기 위해 일부러 폐교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반대논리고 이미 사립 중고등학교에 특례법을 적용하니 효과가 있었다는 게 한시적 적용 찬성논리다. 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장만하다가 시기를 놓쳐 버릴 것인가. 국회에 추경예산이 제출되면 정부와 여당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신속한 통과를 주장한다. 지금 교육현장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사안이 바로 이런 사안이다.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폐교한 대학이 다른 교육 용도로 전환해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자진 폐지하는 대학의 재산을 다른 공공적 목적으로 활용이 되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무조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물거리는 사이에 학교대란이 올지도 모른다. 최첨단 시대에 뒤처지는 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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