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손실 DLF 금융권 강타...은행 넘어 증권사·운용사로 확대

이유민 기자 yumin@ekn.kr 2019.08.16 08: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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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은행 ‘고위험 상품 전략적 판매’ 가능성...제2의 키코 사태 조짐

금감원 실태조사 착수...만기 6개월 상품구조 짧게 설계한 증권사 등도 긴장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한수린 기자]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 당국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투자자들이 상품판매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상품을 만들고 운용한 증권사·자산운용사로까지 소송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투자 손실을 두고 ‘제2의 키코(KIKO) 사태’가 재발됐다는 의견도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DLS(파생결합증권) 상품 판매 실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는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범위가 확장된 것으로 주가 및 주가지수에 더해 이자율, 통화,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이다. DLS 상품의 대표적인 기초자산에는 환율, 원유가격 등이 포함된다. DLF 상품은 DLS 상품을 자산(포트폴리오)으로 편입한 파생결합펀드 상품이다. 이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해 수익성이 악화한 상품은 DLF 상품이다.


◇ 우리·하나은행만 판매...다른 은행은 위험상품 분류 미판매


우리은행은 독일과 영국 금리에 연계된 DLF 상품을, 하나은행은 미국과 영국 금리에 연계된 DLF 상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왑 금리(CMS) 등 해외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일부 상품의 수익성이 최근 들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만기 시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3~5%까지 수익이 나지만,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해 다른 은행에서는 유럽 지역의 금리와 연동된 DLF는 위험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하지 않았는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집단 소송 사태는 그 범위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DLS·DLF를 만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까지 소송이 번질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독일 국채(BUND) 10년물 연계형 사모 DLS를 발행한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이다.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은 문제가 된 독일 금리 연계형 사모 DLF를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영국 CMS 7년물 연계 사모 DLS 발행사는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해당 DLS의 만기는 1년인 상품이 대부분으로 아직 만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현재 평가손실을 입고 있더라도 회복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 투자기간 6개월로 짧게 설계해 평가손실 회복 어려워


특히 현재 소송의 쟁점이 된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DLS에 투자한 상품이다. 발행 당시 금리를 기준으로 금리가 일정 구간을 하회하지 않으면 연 4%대 수익률을 보장한다. 이번 독일 금리 연계형 DLS는 만기까지의 투자 기간이 6개월 수준으로 짧게 설계돼 평가손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해당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 밑으로 안 내려가면 수익이 4∼5%가 나는 구조다. 다만 금리가 -0.3% 이하면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는 60%, -0.6% 이하는 원금의 80%가 손실이 나고 -0.7%를 밑돌면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 이처럼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해 다른 은행에서는 유럽 지역의 금리와 연동된 DLF는 위험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하지 않았는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에 대한 ‘불완전 판매’ 여부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이전에도 계속 판매돼왔던 상품이다"라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나서야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투자자들을 대리해 소송 대상으로 DLF·DLS의 판매회사인 우리은행·하나은행뿐만 아니라 발행회사인 증권사와 운용사인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상황이다. 한누리는 상품투자자를 대리해 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소송을 맡게 된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이전에 판매했던 DLF 상품에서는 수익성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불완전 판매를 부추겼을 수 있다"라며 "이전 DLF 상품의 판매 수익률을 토대로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상품’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위험 상품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끔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누리는 이번 DLF 상품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투자자는 10여 명이며, 지금도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증권사·자산운용사 등도 ‘리스크 관리 소홀’ 도마에

한누리 관계자는 "1차적으로 은행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예정이지만 투자자 서류 검토를 통해 필요하다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함께 제기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측은 손실 책임은 물론 상품 운용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는 판매사에서 상품 요청이 들어올 경우 회사 내에서 상품 판매 시 손실 가능성에 대해 리스크 관련 실무 위원회를 통해 판단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부분을 지적하며 "상품을 발행하고 운용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해당 상품들의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상품 판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은행권 관계자는 "해당 상품 판매 과정에서 은행이 얻게 되는 수수료 수익이 더 높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판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해외 경제 상황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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