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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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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야심찬 '세제개편 카드', 경기부양에 약발 먹힐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7.25 16:56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세제개편 카드를 꺼내들어 그 실효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세제개편'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세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2019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 대상은 국세기본법, 소득세, 상속세및증여세, 주세, 증권거래세 등 16개 법률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에 일본의 수출규제 악재까지 겹쳤는데 법인세 인하 등 파격적 지원이 빠져 있어 ‘과연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활력 보강 및 혁신성장 지원에 최우선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실제 세수효과를 보면 투자 지원에 역점을 뒀다. 올해 세법개정에서 세수 감소 요인이 가장 큰 것은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다. 대·중견·중소기업이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을 높이는 시설에 투자하면 세금을 더 깎아주는 내용이다.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532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두 번째로 세수 감소가 큰 것은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확대(-500억원)’ 관련 개정안이다. 이외에도 군산·거제·통영·울산 동구 등 고용위기지역에 창업한 기업에 소득세·법인세 감면기간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개편 가짓수는 많음에도 눈길을 끄는 파격적인 개편은 없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예정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5년간 평균 세수입이 37억원(순액법 산정 기준) 증가한다. 올해 전체 국세수입이 294조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제개편에 따른 변동폭이 0.001%에 불과하다. 증세도 감세도 아닌 어정쩡한 세법 개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법인세, 상속세및증여세 세율을 대폭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며 "법인세 최고세율(25%)을 20%로 인하하고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쳐 올해 1%대 성장률까지 우려되는데 아직도 문재인정부는 대기업 지원에 망설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큰 목표로 삼은 것은 경제 활력 제고다. 경기 방어를 위해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제 혜택을 더 늘리기로 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기업이 더 빨리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한시적으로 대폭 보강하였다.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며 설비투자 가속상각 특례 확대는 시행령 개정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하여 7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신성장.원천기술 R&D 비용의 세액공제도 확대한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를 9월부터 3천달러에서 5천달러로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의 사후면세점 즉시환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한시적 감면도 연장한다. 반면 총급여가 3억6,25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 2만여명은 세부담이 약간 늘어난다.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2천만원으로 설정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대상자는 2017년 기준 약 2만1천여명이며, 이는 전체 근로소득자 0.1%에 해당한다.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총급여가 5억원일 경우 근로소득공제는 275만원 가량 줄어 11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 총급여가 10억원이면 1275만원의 근로소득공제가 줄어 535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소득법 개정을 통해 임원 퇴직소득 한도도 축소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을 통해 임원의 퇴직소득 한도 계산시 적용되는 지급배수를 현행 3배에서 2배로 낮춘다. 

▲올해 세제개편의 또 다른 특징은 과세 형평성을 맞추는 데 있다. 사진은 이인영(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춘석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이 원내대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


그런데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관리기준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내놨지만 단단한 중견기업 육성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세율 자체에는 변함이 없는데다 개편방안의 핵심인 가업상속 공제제도 이용 건수의 획기적인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과도한 세율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국내기업들이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올해 세제 개편의 또 다른 특징은 과세 형평성을 맞추는 데 있다. 고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려 확보한 세수를 바탕으로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이나 경력 단절 여성 등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김병규 세제실장은 "EITC(근로장려세제) 최소 지급액 상향, 의제매입 세액공제 특례 연장 등 서민과 자영업자의 세부담은 경감하고 우리 경제의 포용성은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우선 취업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세제를 손본다. 청년을 고용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고용증대세제의 공제기간을 1년 늘린다. 또한 경력단절 사유에 자녀교육 등을 추가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고용률도 높일 방침이다.

서민들을 위해선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신용카드등 사용금액 소득공제 적용기한을 2022년으로 연장한다. 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식자제 등 의제매입 세액공제 기간을 오는 2021년까지로 늘렸다. 9억원 넘는 겸용주택, 소위 상가주택의 경우 주택과 주택외 부분을 분리해 과세를 한다. 그 동안 주택 부분의 면적이 클 경우, 상가 부분에 주택용 세금이 부과 됐는데, 앞으로는 주택과 상가 부분이 분리돼 세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시내 또는 출국장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한도가 600달러를 포함하면 면세점 총 구매한도는 3,600달러에서 5,600달러로 상향된다. 사전면세점에서 한도를 초과해 관세를 내고 구입한 물품을 반품할 때에는 관세도 환급해주기로 했다. 해외소비의 국내소비 전환 유도를 위한 조치다.

기업의 관심이 쏠렸던 가업상속공제도는 논란이 있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기간 7년 단축 및 업종변경 범위의 중분류 확대를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이 10년 이상 경영한 뒤 상속하면 과세대상 재산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과세혜택을 받으려면 사후관리 요건을 만족해야하는데 상속 후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등 요건이 깐깐하다보니 이용건수가 낮았다. 정부는 상속 후 사후관리 기간을 종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해 이용건수를 늘리고 수혜기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한편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EITC) 최소지급액이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다. 약 10만명이 혜택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도입된 근로장려금은 저소득층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지원대상은 334만명이다. 연 소득 상한선은 단독가구 2000만원, 홑벌이 가구 3000만원, 맞벌이가구 3600만원이다. 최대 지급액은 단독가구 150만원, 홀벝이 가구 260만원, 맞벌이 가구 300만원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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