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과수 '분석불가' 80% 넘는데…ESS화재 어떻게 밝혀냈나

이현정 기자 kotrapeople@ekn.kr 2019.07.18 16: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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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1일 민관조사위, 23건의 ESS 화재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조사위 구성 전 17건의 화재 발생, 국과수 보고서 6건 가운데 5건 ‘논단 불가’

▲잇단 화재에 ESS설비 시설이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에서 참고자료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보고서 80% 이상이 ‘논단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위원장 김정훈 교수)가 국과수 법안전감정서를 참고해 원인 조사 분석을 한 만큼 처음부터 결론을 낼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국가기술표준원이 김규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 법안전감정서 총 6건 가운데 5건이 ‘논단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 23건의 화재 가운데 국과수가 감식했던 현장은 ▲전북 고창 (2017년 8월 2일 화재발생/Top) ▲전남 해남 (2018년 7월 12일 화재발생/LG) ▲경남 거창(1)(2018년 7월 21일 화재발생/삼성) ▲충북 영동(2018년 9월 1일 화재발생/LG) ▲전남 완도 (2019년 1월 14일 화재발생/인셀) ▲울산 (2019.01.21 화재발생/삼성) 등으로 6 곳이었다.

국과수는 감식했던 총 6곳의 현장 중 5곳에 대해 ‘발열요인 및 모듈 결함 여부는 논단 불가’, ‘발화원으로 직접 작용된 요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의 단정은 어려움’,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은 논단이 불가함’, ‘구체적인 발화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함’ 등의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1월 발생한 울산화재의 경우에만 ‘배터리 팩 및 내부 배터리 셀에서 발화원인으로 작용 가능한 전기적 용융 흔적이 식별됨’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No 법안전
감정서
감정 의뢰일 감정완료일 국과수 감정부서 경찰청
의뢰부서
1 전북 고창
법안전감정서
‘18.8.2 ‘18.8.29 광주과학수사
연구소
전북 지방경찰청
 감정결과 : 발열요인 및 모듈 결함 여부는 논단 불가
2 전남 해남
법안전감정서
‘18.7.20 ‘18.8.1 광주과학수사
연구소
전남 지방경찰청
 감정결과 : 발화원으로 직접 작용된 요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
3 경남 거창(1)
법안전감정서
‘18.7.21 ‘18.8.21 대구과학수사
연구소
경남 지방경찰청
 감정결과 :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의 단정은 어려움
4 충북 영동
법안전감정서
‘18.9.3 ‘18.9.27 대전과학수사
연구소
충북 지방경찰청
 감정결과 :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은 논단이 불가함
5 전남 완도
법안전감정서
‘19.1.15 ‘19.1.28 광주과학수사
연구소
전남 지방경찰청
 감정결과 : 구체적인 발화 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함
6 울산
법안전감정서
‘19.1.21 ‘19.2.19 부산과학수사
연구소
울산 지방경찰청
 감정결과 : 배터리 팩 및 내부 배터리 셀에서 발화원인으로 작용 가능한 전기적 용융 흔적이 식별됨 
                   <국가표준원이 김규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문제는 민관조사위가 해당보고서를 참고한 뒤 ESS 화재사고 원인을 발표했다는 데 있다. 보고서의 ‘분석 불가’ 내용을 두고 어떻게 화재원인을 발표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사위는 지난 달 11일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관리체계 미흡 등 4가지를 직·간접 화재원인으로 꼽았다. 또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발견됐으나 이는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훈 민관조사위 위원장은 "국과수 자료는 참조 안 했고 보지 않았다. 저희 민관조사위는 나름대로 조사를 다시 했다. 한전 자료도 있고 팩트에 근거한 내용을 추려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사위 위원은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말씀 드리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국과수 법안전감정서 담당자는 "국과수 자료는 결과가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객관적인 자료라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면서 "현장감식을 하고 자료를 받아보는 등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결과를 내는 방식이다"고 전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화재 6건만 국한시켜서 보면 국과수에서 내놓은 보고서 가운데 4건이 민관조사위가 구성되기 전에 작성됐다. 민관조사위는 보고서만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위가 참고했다는 국과수의 자료 결과가 분석불가인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조사위가 무엇을 근거로 화재원인을 밝힐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남게 된다"며 "조사위의 결과 발표는 화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열거한 것이지 23건의 화재원인을 발표한 것이 아님을 방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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