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달 들어 정제마진이 반등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정유·화학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제마진은 정유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일단
이번 정제마진은 정유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8월 말까지 정유주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다만 9월부터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가 실제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지 여부를 잘 확인한 후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이달 들어 SK이노베이션 주식 11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특정 종목을 1000억원 이상 매수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이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달 1일 16만1500원에서 이날까지 6.8%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 최근 1개월간 주가 추이.(사진=구글 화면 캡쳐) |
기관투자자는 S-Oil과 롯데케미칼도 각각 600억원, 46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달 들어 S-Oil 주가는 9% 올랐지만 롯데케미칼은 5% 넘게 하락했다.
이렇듯 기관투자가 정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은 최근 정제마진 반등으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달 첫째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로 최근 3개월간 적자 마진에서 단숨에 흑자로 전환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작년 3분기 6.1달러에서 올해 2분기 3.5달러, 6월에는 무려 3.2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6달러까지 회복하며 예상 외로 강한 반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글로벌 주요 정유사들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움지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115만 배럴 설비 가운데 약 10%를 낮췄고, 대만 포모사와 싱가포르 SRC는 각각 54만 배럴, 28만5000배럴 등으로 기존보다 10% 정도 가동률을 낮출 계획이다. 중국 상동지역 소형정유사 7곳도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올해 1분기 정제마진 약세로 실적이 악화된 만큼 주요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가동률을 줄여 수요 부진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 연결기준 7116억원에서 올해 1분기 3311억원으로 50% 이상 급감했다. S-Oil은 낮은 설비 가동률과 정제마진 감소 등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2분기 4026억원에서 올해 2분기 762억원으로 80% 넘게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KTB투자증권) |
다만 현대상선 등 일부 업체들의 경우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잇따라 설치하고 있는 만큼 실제 IMO 환경규제가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복합정제마진이 오르고 있는 것은 IMO 2020 효과보다 주요 업체들이 공급량을 조절한 영향이 크다"며 "당초 시장에서는 IMO 2020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증가 효과가 올해 10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근에는 주요 기업들이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황 연구원은 "이에 4분기부터는 IMO 규제로 인한 제품 수요와 싱가포르 정제마진 등을 잘 확인한 후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