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 '버티기'에 봉숭아학당 돼 가는 한국당...나경원도 '휘청'

성기노 기자 kino@ekn.kr 2019.07.11 1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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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제 깨고 1년씩 쪼개기 결정한 한국당의 권력지향적 정치가 근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들어서고 있다. 그의 버티기에 속수무책인 나경원 원내대표의 옆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 기자] 지난 9일 열린 자유한국당의 의원총회 현장에서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고 소속 의원들을 칭찬하던 나경원 원내대표가 잠시 말을 멈춰야만 했다. 나 원내대표는 싸늘한 표정으로 "누가 나눠주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이따가 하라"며 언짢음을 표시했다. 그때 회의장 안에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박순자 의원의 보좌진들이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입장문을 돌리고 있었다. "위원장 자리에서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 지도부의 교체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기에 나선 박순자 의원이 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펴려고 하다가 나 원내대표의 제지를 받았던 것이다. 이 장면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무너져내리고 있는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노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7월 17일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한국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의석 숫자에 따라 한국당에 배분된 자리는 7개. 하지만 통상적으로 상임위원장을 맡게되는 3선 의원의 숫자가 이보다 훨씬 많은 게 문제였다.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보니 당시 한국당 지도부는 상임위 5곳의 위원장 임기를 1년씩 쪼개기로 결정했다. 국회법에도 없는 것을 만들어 땜질 식으로 임시처방전을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교통일위원장은 강석호-윤상현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안상수-황영철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김세연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홍일표-이종구 의원, 그리고 국토교통위원회는 박순자-홍문표 의원이 나눠서 맡게 됐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약속대로 상임위원장 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박순자 의원은 무언의 약속을 어기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만든 1년 쪼개기가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상임위원장직은 현안이 많아 3선 이상의 다선의원이라고 해도 업무파악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나야 업무장악과 함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오로지 ‘자리’에만 욕심이 있다 보니 2년씩 하는 것을 1년씩 쪼개면서까지 자신들의 위원장 자리 욕심을 채운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이번 박순자 의원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상임위원장 적임 여부를 떠나, 오로지 누가 1년을 더하고 덜하느냐는 다분히 민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밥그릇 투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과연 어떻게 보고 있는지, 민심에 민감한 야당이 모를 리 없겠지만, 그냥 한명의 의원이 버티면 당의 시스템이나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는 게 지금의 자유한국당 현실인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결국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 부분은 명백하게 당 기강에 대한 문제다"라며, "실질적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여서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위 징계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하지만 일견 막무가내로 보일 수 있는 박순자 의원의 항변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다. 1년 쪼개기라는 꼼수를 만든 자유한국당의 국민무시, 권력지향적 자리 욕심이 분란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박순자 의원은 자신이 더 전문성이 있고, 국회법을 존중해야 하고, 유일한 여성위원장 배려를 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왜 1년 전에는 당의 방침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합의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박순자 의원의 버티기에 나 원내대표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박 의원 탓에 위원장직을 맡을 수 없게 된 홍문표 의원은 ‘본인만 생각하는 말도 안되는 막무가내식 떼쓰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한국당 의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박 의원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에서는 서울과 안산을 잇는 신안산선 착공식이 곧 열릴 예정이다. 지역의 최대 현안인 만큼 그때까지는 국토위원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총선에 유리할 거란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 의원의 또 다른 계산도 숨어있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해서 당 지도부 결정에 따르는 게 상식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의 안산단원을 지역구에 공천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며 공천 불가피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내에서는 비판을 받겠지만, 국토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면 지역구에서는 환영을 받을 것이고 내년 총선 승리도 보장된다는 논리다.

당 지도부는 박 의원이 이렇게 옥새작전으로 나올 경우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상임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하기로 한 건 당내 합의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박순자 의원이 마음만 먹는다면, 내년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의사봉을 잡고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윤리위 최고수위 징계인 제명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위원장 자리에서 강제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 상임위원장직은 오직 본인이 스스로 사임해야만 교체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박 의원으로서도 당내 부정 여론을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박 의원이 신안산선 착공식이 이뤄지는 다음 달까지만 상임위원장을 맡겠다는 중재안을 내놨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나름 징계안 카드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박 의원의 ‘버티기’에 방점을 찍으며 그의 몽니를 비판하고 있지만, 속을 좀 들여다보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먹히지 않는 리더십이 도사리고 있다. 매끄럽게 상황 정리를 해야 할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금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예전과 같은 상황이라면, 원내대표가 강압과 회유를 통해 교통정리를 주로 해왔다. 초선도 아니고 3선 의원이면 당 사정과 원내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막무가내식으로까지는 나가지 않는다. 박 의원이 무조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작동해온 원내대표의 고유한 교통정리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당내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앞으로 이같은 사태가 비일비재할 것인데, 그때마다 나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아니라 의원들의 압박과 불만으로 상황이 유야무야 무마된다면 총선이라는 최대 이벤트에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의원들이 이번 사태를 내일같이 걱정하는 것도, 정치의 본령인 협상이 아니라 떼만 쓰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막무가내식 정치로 당이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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