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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사진=신준혁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신준혁 기자] "부동산은 마치 인간과 같습니다. 잘 다루면 유용한 부동산이 되지만, 잘 못 다루면 치유할 수 없는 부동산이 됩니다. 정부는 인재를 기른다는 자세로 부동산 정책을 펴 유용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만들어야 합니다"
◇ 최근 고분양가 통제, 분양가 상한제 강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분양가 상한제는 사실상 폐지하는 게 맞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공급이 충분한데도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급이 부족한 곳에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많은 곳은 분산을 해야 하는데 규제만 강조하다 1년 4개월이 지나버렸다.
노무현 전 정부는 지난 2004~2006년 주택 가격이 상승하자 2009년 1월 1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외경제 불안과 내수경제 침체로 미분양이 적체됐고 박근혜 전 정부 들어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14년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이른바 ‘부동산 3법’이 통과됐다. 주요 내용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정비사업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기한 연기 △정비사업지구 1가구 3주택 분양 등이다. 또 대출 규제와 금리가 완화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띄게 된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 정부와는 정반대로 분양권 전매 금지, 대출규제, 재건축 규제, 투기과열지구 선정 등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보다 규제만 가한 것이다.
현재 분양가 심의위원회가 공공택지 분양가를 심의해 어느 정도 과열이 완화되고 있다. 위원회의 목적은 분양가를 심의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위원회가 활동하는 지역은 고분양가 논란이 덜 하지만 민간택지는 심사 대상이 아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민간택지 분양가를 관리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HUG는 금융지원을 위해 주택을 보중하는 기관인 데 가격을 통제하니까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HUG가 분양가격을 통제한다면 분양가 심의위원회 역할이 축소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해 보증을 하지 않거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공정하게 심의하라는 얘기다. 아예 완전 백지화하고 자유경쟁체제로 가는 게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의 역할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초과하는 등 왜곡이 나타날 때 개입해 바로 잡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시장을 이끌면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정책이 시장을 잡을 수 있지만 정부의 힘이 약해지거나 규제가 완화되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분양가를 무작정 통제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통제가 강해지면 가격이 낮아지고 인근 지역과 불균형이 나타나 이른바 ‘로또 청약’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내 가격 차이가 많은 곳은 영구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또 영구임대주택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성장할 때 비로소 화합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강남 지역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이유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했는데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9.5대책’에 따르면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가운데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한 곳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곳 등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시장 상황은 이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없기 때문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엄포성 발언 또는 미래 대책이라고 사료된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정부는 1주택에 대한 장기전세특별공급을 지역별로 축소하거나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 문재인 대통령은 핵심 공약으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을 내걸었고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도 도시재생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과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마을 가꾸기 사업만 강조하고 있다. 사실 도시재생은 도심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나 항만, 농촌 정비사업 마을 가꾸기 등 다양하다.
기존 지역 가운데 보전적 가치를 지키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야 하는데 모두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니까 문제가 발생했다. 이 경우 토지 이용률이 극대화되지 못한다. 평당 1억짜리 땅을 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격이다. 또 주택 공급을 늘리지 못하는 기존 도시 주택의 한계를 만들어서 가격을 올리는 폐단을 불러 일으킨다.
정부가 도시재생에 ‘뉴딜’을 붙이면서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은 주민이 참여해 의견을 나누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반쪽 짜리 도시재생으로 볼 수 있다. 연간 10조씩 50조를 투자하는 사업이 2년이 지났는데도 한번도 감사나 보고서가 나온 적도 없다.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바꿔 주려고 시작한 것인데 정작 재정착률은 20퍼센트를 밑돌고 있다.
도시재생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전문가가 참여해서 창조적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LH, SH공사가 도시재생사업에 나선다면 정말로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하고 정부는 마중물 붓기 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노후지역에 벽화를 그리고 계단을 만든다고 주민들이 행복해질까"하고 되물어야 한다.
도시재생은 10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물리적, 기능적 노후화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 선도지역이나 마을을 만들면 당장 개선될 수 있지만 노후화되면 또다시 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과연 주민들이 그러한 일을 원할지는 의문이다.
◇ 3기 신도시 관련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정한 신도시는 산업단지를 먼저 조성하고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를 구축한 뒤 그 규모에 맞게 계획해야 한다. 산업단지와 도로, 철도가 들어서면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결국 이사를 가면서 배후도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당장 주택 가격 안정화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베드타운을 만들었고 반대로 신도시 인구가 서울로 다시 유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도시는 규모가 커지면서 확산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위성도시를 만들거나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야 거나 인근 도시들이 확산하면서 ‘연접 효과’가 나타나면 그때 신도시를 계획해야 하는데 중간에 억지로 조성하니까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파주 운정지구 검단지구는 미분양이 극심한 상황이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은 교통 분담금까지 냈지만 여전히 지옥 출퇴근에 시달리고 있다.
[대담=에너지경제신문 민경미 부장/ 정리-신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