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리더와 미래 예측 능력

이석희 기자 hee@ekn.kr 2019.07.08 1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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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산업부 부국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 사장단을 잇따라 소집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친 이건희 회장도 26년 전인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200여 명을 모아놓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이른바 ‘신경영선언(프랑크프루트선언)’이다.

이건희 회장은 1970년대 초 아버지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 "앞으로는 컴퓨터가 대세이고 컴퓨터에는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이병철 선대 회장은 반도체에 대해 연구를 했고 장고 끝에 결국 1982년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삼성이 메모리반도체와 가전·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이렇듯 선대의 미래 산업의 흐름을 예측한 능력, 사업가적인 통찰력과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 뿐 아니다. 이 땅에 건설·조선· 중공업을 일으킨 고 정주영 현대회장도 마찬가지다. 리더라면 미래를 읽을 줄 아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오는 12일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개장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롯데월드가 연간 입장객 600만 명을 끌어들이면서 세계 테마파크 17위, 국내 테마파크 1위로 올라서게 된 것도 리더의 미래 예측 능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리더가 바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 회장이다. 신 회장과 롯데에 대한 평가에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롯데월드를 지금의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낸 것은 바로 신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의 롯데월드 땅은 예전에는 한국관광공사 땅이었다. 사람들은 신격호 회장이 1980년대초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롯데빌딩(현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과 잠실 땅을 맞바꾸자고 제안해서 성사된 덕분에 잠실 땅을 얻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사사(社史)를 보면 원래 잠실 롯데월드의 개발 당사자는 한양그룹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현재도 남아 있는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를 지은 그 회사이다. 1982년 한국관광공사는 한양측과 잠실 땅 4만6000여 평에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홍보시설과 각종 위락시설이 포함된 지상 10층의 종합관광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아마도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겨냥한 계획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1984년 한양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때 신격호 회장이 나섰다. 신 회장은 관광센터가 아니라 쇼핑몰을 갖춘 테마파크를 추진했다. 롯데월드호텔(1988년)이 먼저 개관하고 이어 그해 11월에는 롯데백화점과 민속박물관이, 1989년 1월에는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롯데월드는 아이스링크와 함께 가장 늦은 1989년 7월 오픈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롯데월드는 199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개장 10년만인 1999년 6월에는 누적 입장객 5000만 명, 2007년 1월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7년 4월에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서울스카이가 문을 열었다. 롯데월드가 해외 관광객만 한 해 200만 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된 것도 지금은 병석에 누워있는 신격호 회장의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흔히들 좋은 리더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냉정한 판단력과 통찰력, 추진력, 그리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마라, 개인의 이익보다 조직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라 등등…. 여기에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리더는 한 기업의 운명 뿐 아니라 전 인류의 삶도 바꾸게 할 수 있는 있는 존재이어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처럼 말이다.참고로 필자의 첫 직장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에 있었다. 그 일대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갖고 있었지만 회사는 망하고 다른 기업으로 넘어갔다. 경영진의 안이한 생각과 사리사욕 추구, 미래를 예측할 줄 모르는 리더의 무능력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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