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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게임 중독=질병'은 근거없는 규제…국민 자유 침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7.07 14:03

조민근 안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코드 등록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를 계기로 게임이용장애라는 것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실제 게임이용장애라는 것을 질병으로 등록해야 하는지 깊은 의문이 있지만, 이미 통과된 안건이 소급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WHO라는 영향력 있는 국제 기구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한 이상 우리나라의 법규 운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독’이라는 특정한 증상의 존재는 특정 피고인에 대해 형사 범죄가 인정된 사안의 양형을 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법정에서 게임 중독을 근거로 한 형의 가중, 보석 조건의 다양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법령에서는 현재 알코올, 마약류 등의 약물, 도박을 중독으로 분류한다. 실제로 이들은 그것을 행하는 것 자체로 독자적으로 범죄가 되거나 중독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형을 가중하는 요소로 인정된다.

마약류 취급을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마약류 등을 판매하거나 흡입하는 등의 행위 자체가 범죄이며, 도박 역시 일시 오락 정도에 그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를 범죄로 본다.

알코올의 경우 일정 수치 이상의 혈중 알콜 농도에 해당하면 정상적인 행동에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 자체로 범죄인 데다 본인이 평소에 술을 마시면 난폭해지는 증상이 있음을 충분히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형을 가중하는 사유로 취급한다.

그런데 게임을 과연 위에서 열거한 것 들과 같이 놓고 볼 수 있을까. 먼저 마약류 가운데 대표적인 약물로 꼽히는 메스암페타민의 경우 주사나 흡입 등의 방식으로 접하게 되면 그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이 어떠하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중독성을 가진다. 인간의 뇌를 완전히 약물의 노예로 만들어 정상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은 사람 하나의 인격을 망가뜨리는 것이므로 투약하거나 소지, 판매하는 것 자체가 범죄에 해당한다.

도박 역시 일시적인 오락 정도를 넘어선 도박은 오락이 아니라 사행성만을 조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알코올도 마찬가지로 개개인 특성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혈중 알콜 농도를 넘어가게 되면 의사결정 능력이나 사물 변별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이처럼 마약, 도박, 알코올 등의 공통점은 개인의 특성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중독에 빠진다는 것이다.

다만 게임은 여러 대회도 존재해 서로 건전하게 경쟁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e스포츠를 후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게임을 열심히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지 않는다. 극히 일부에서 게임, 그 중에서도 폭력성이 짙거나 잔인한 소수의 게임으로 인해 현실과 혼동하는 경우가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그 원인을 게임에 있다기보다 개인의 특성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100명에게 각각 소주 1병씩을 마시게 한다면 100명 모두가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메스암페타민 0.03g을 주사 방식으로 투약하면 모든 사람은 정상적인 뇌 기능이 마비되며 다시 한 번 그 강력한 자극을 찾아 헤멜 것이다.

하지만 100명에게 하루에 10시간씩 게임을 하게 한다고 해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동일시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 규제는 최소화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방법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2013년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가 2016년 제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완전히 폐기됐다. ‘4대 중독법’, ‘게임중독법’ 등으로 불렸던 바로 그 법률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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