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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
"올 2분기 목표는 9만대에서 10만대의 차량을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차량의 인도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 테슬라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 중 일부)
"이번 분기 차량 인도분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입니다." (6월 25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 중 일부)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들이 현실로 이뤄졌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사상 최고치의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1분기 전기차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CNBC에 따르면 테슬라는 2분기 9만 5200대의 전기차를 전 세계에 배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 배송량(6만3000대) 대비 51.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작년 4분기에 달성한 역대 최고 성적인 9만700대도 뛰어넘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3는 7만 7550대였고, 프리미엄 세단인 모델S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X를 합친 수치는 1만 7650대로 집계됐다. 테슬라의 배송량은 고객에게 실제 인도된 차량 대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 수치가 실제 판매량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2분기 배송량은 증권가 추정치인 9만1000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2분기 생산량 역시 8만7048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1.15% 하락했던 테슬라 주가는 인도량을 발표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7%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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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인도량 현황. |
테슬라는 2분기에 받은 주문 물량 가운데 7400대는 아직 배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물량은 3분기 배송량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우리는 더 많은 차량을 배송할 수 있도록 물류나 배송의 운용을 효율화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아직도 주문량이 밀렸다고 밝혀 3분기에도 실적이 양호할 것임을 시사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도전이 남아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을 뗀 것"이라며 "배송량 수치는 가장 우호적인 추정치를 뛰어넘는 것이며 뚜렷한 반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점도 앞으로 기대치를 높여주는 요인 중 하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GM 쉐보레가 선보이는 전기차 ‘볼트’와 아우디의 첫 순수전기차인 ‘e-트론’은 지난 2분기에 각각 3965대, 1835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한 전기차 전문매체인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에서만 총 8만7459의 전기차가 판매됐는데, 이 중 약 62%를 테슬라가 차지했다.
애널리스트 미셀 크렙스는 "전기차를 생각하면 테슬라가 떠오를 정도로 테슬라의 브랜드 파워는 어마어마하다"며 "브랜드 이름만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기타 업체들은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선방 날린 테슬라, 하반기에도 반등세 이어가나…‘난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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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년 분기별 테슬라 세계 인도량 추이. |
다만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이같은 행보가 앞으로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블룸버그는 "테슬라가 한 분기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계속해서 순조롭게 차량을 제작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며 머스크가 아직 생산지옥에서 벗어났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기자동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점도 테슬라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은 아니다. 테슬라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면서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후발 업체들이 잇따라 경쟁 모델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지난 5월 새로운 전기자동차 모델을 선보이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또 수년 안에 더 많은 모델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이 축소된다는 점도 또 다른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테슬라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45억 4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37%가량 감소했는데, 이는 테슬라 전기차에 주는 미국 연방정부 세금환급액이 1월부터 지난해의 절반인 대당 3750 달러로 줄어든 여파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당장 올 하반기부터 상반기(대당 3750 달러)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고, 2020년에는 폐지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시장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야심차게 진출한 중국도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부터 전기차에 대한 지방정부 보조금을 폐지하기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한다. 이렇듯 보조금 정책이 축소되면서 테슬라는 비용 측면에서 새롭게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나아가, 테슬라 모델3에 대한 지나친 인기몰이가 오히려 회사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급형 차종인 모델3에 대한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높은 가격으로 마진이 좋은 모델S와 모델X의 수요가 그만큼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팔린 모델3, 모델X와 모델S의 판매량은 각각 6만7650대, 9000대, 7225대로 집계됐다. 모델3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3.86% 늘었다.
반면 모델X와 모델S는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5.51%, 33.23% 감소했다. WSJ는 "투자자들은 모델 3가 수익 비중이 큰 고급형 라인업 차량의 수요를 잠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델3, 모델X, 모델S 가격은 각각 최소 3만5000 달러(약 4098만원), 8만1000달러(약 9484만원), 7만5000달러(약 8781만원)로 알려졌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모든 부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도 과연 (현재 상황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