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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CGI '한진칼 지분 매입용' 유한회사 추가 설립...조원태 회장 더 압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21 08:22

‘캘거리홀딩스’ 등기 완료...'백기사 델타항공' 등에 업은 조 회장과 지분경쟁 치열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사진=연합)


국내 행동주의 PEF(사모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압박하기 위해 새로운 유한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KCGI는 ‘캘거리홀딩스’를 신규로 설립하고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면서 조원태 회장에 대한 공세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한 가운데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완료할 경우 강성부 대표와 조원태 회장 간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도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이달 17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유한회사 캘거리홀딩스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지난 6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캘거리홀딩스라는 유한회사가 등록됐다.(자료=법원 홈페이지)


캘거리홀딩스 역시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11번째 특별관계자로 추정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만든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이에 앞서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8일 한진칼 주식 지분을 기존 14.98%에서 15.98%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 산하 특별관계자는 이달 현재 △ 케이씨지아이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 △ 주식회사 케이씨지아이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2사모투자 합자회사 △ 유한회사 엠마홀딩스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3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4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캐롤라인홀딩스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베티홀딩스 등 10곳이다.


◇ 강 대표, 캘거리홀딩스 통해 한진칼 지분 16% 이상으로 늘릴 듯

▲캘거리홀딩스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28층(여의도동, 국제금융센터 원아이에프씨)에 본점을 두고 있다. 이는 그레이스홀딩스 산하 특별관계자 10곳의 주소와 동일하다.(사진=법원 홈페이지)


강 대표는 캘거리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6%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캘거리홀딩스는 그레이스홀딩스 산하 특별관계자 10곳과 동일한 주소를 사용하고 있고, 임원에 관한 사항에도 ‘김남규’ 이름이 적혀있다. 이 점으로 미뤄보아 캘거리홀딩스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설립한 유한회사일 가능성이 크다. 강 대표는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최대주주에는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엠마홀딩스, 디니즈홀딩스, 캐롤라인홀딩스 등 나머지 유한회사는 김남규 KCGI 부대표를 대표자로 등록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김남규 부대표는 강 대표의 사실상 ‘오른팔’로, 현재 KCGI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준법책임자를 맡고 있다.

만일 강 대표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늘리게 되면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17.84%)과의 격차를 1%대로 좁히거나 조 회장의 지분율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고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회장(2.34%)을 비롯한 한진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5%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캘거리홀딩스의 몸통 격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베일에 가려졌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그간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1호의2, 1호의3, 1호의4 펀드를 먼저 등록하고 그 아래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취했다.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직접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 유한회사에 자금을 출자해 유한회사가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케이씨지아이제1호의6 사모투자합자회사를 설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아직 6호 펀드 등기를 완료하지 않았거나, 기존과는 달리 5호 펀드 아래 또 다른 유한회사를 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전까지는 1곳의 사모투자합자회사가 1곳의 유한회사를 뒀지만, 이번에는 한 개의 사모투자합자회사 아래 베티홀딩스, 캘거리홀딩스 등 2곳의 유한회사를 두는 방식으로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개의 펀드에 여러 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수 있다"며 "지난번 5호 펀드의 실체가 공시 전에 드러났던 만큼 이번에는 펀드 이름을 바꾸거나 하나의 펀드에 여러 개의 SPC를 두는 방식을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4.3% 매입 ‘백기사’로


강 대표가 지분 매입을 완료할 경우 한진그룹 오너일가와의 지분 경쟁은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델타항공은 한진칼의 지분 4.3%를 매입하며 조 회장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델타항공은 향후 지분율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강 대표가 캘거리홀딩스로 한진칼 지분을 16%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CGI는 올해 3월과 4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가 갖고 있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각각 200억원의 대출을 미래에셋대우에서 받았다.

이 중 200억원은 이달 12일로 만기가 도래했는데, 미래에셋대우가 돌연 주식 담보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강 대표가 앞으로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나머지 200억원의 만기는 다음달 22일로 예정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주담대 연장을 거절한 것은 한진그룹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증권사가 주담대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진그룹이 다른 증권사들을 상대로 압박에 나선다면 KCGI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우려를 딛고 KCGI는 최근 KTB투자증권, 더케이저축은행과 각각 200억원, 100억원 규모의 신규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하면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대출 연장 불가 입장을 통보했을 때도 강 대표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KCGI에 자금을 조달해주겠다는 금융사는 아직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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