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배병만 기자

man@ekn.kr

배병만 기자기자 기사모음




[데스크칼럼] 에너지전환정책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10 08:16

배병만 에너지부장( 국장)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서 크고 작은 파열음이 식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에서 잇따랐던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의 화재 원인 조사결과와 안전관리 대책을 11일 발표한다. 본래 4월에 화재원인을 발표하려했으나 6월 초로 미뤄졌다.

ESS는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도록 하는 장치다. 전력생산량이 일정치 않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수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최근 설치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연이은 화재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달에 한건 이상인 21건이나 발생했다. 연쇄적인 화재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케이스라 한다.

현 정부의 또 다른 성장동력의 하나인 수소경제활성화에도 출발부터 불안하다. 지난 5월 23일 강릉에서 수소탱크폭발로 인해 2명 사망 포함 8명의 사상자를 냈고 아직도 원인이 오리무중이다. ‘내부압력에 의한 폭발’이니 ‘수소탱크 안에 산소가 들어갔을 경우’ 등 이런저런 분석만 나올 뿐이다. ESS는 가동을 멈추고 수소탱크는 폭발을 하니 어디서 또 다른 화재와 폭발이 일어날지 국민들은 불안하고 가슴만 졸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사고들이 현 정부가 펴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과 관련, 무리한 추진과정에서 비롯된 부작용과 파열음이라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정책의 추진 과정이 나름 철저한 안전규칙과 시설을 갖추면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소가스충전소를 세계 최초로 입법기관인 국회에 설치했다는 상징성을 내세우기 보다 수소가스 충전소나 수소차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이 마르도록 알려주고 설득해야 하는 ‘정성드림’이 먼저다.

며칠 전 대학동기들의 단톡방에서 태양광 논란이 뜨거웠다. 언젠가 직장에서 나와 낙향하려 했더니만 자기 고향이 신재생에너지특구로 지정되고 "내가 살 집터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대규모 태양광 설치라니, 날벼락이다!"라 표현하며 잃어버린 고향의 모습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독일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한 동기는 한국 정부의 관계자들이 독일의 태양광 사업을 배우러 갈 때 통역을 맡았다고 한다. 그때 독일 담당관의 경고를 알고도 한국의 공무원으로 어찌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당시의 고충들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빗대어 "이명박 정부시절 독일 라인 마인 운하의 외적 모습만 보고 4대강 운하계획을 시도한 만큼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업의 무모한 구상이 다소 염려된다"라는 말도 올렸다.

지금은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면 태양광 설치를 불허하는 등 규제가 까다로워졌지만 초창기 태양광의 다소 무분별한 확장과 설립은 여전히 많은 국민들에 거부감과 불쾌함을 가져다 주었다.

며칠전 정부가 확정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의하면 현재 7~8%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마저 이 수치를 ‘도전적인’ 목표라고 표현했다. 이 수치는 언뜻 합리성도 없지 않다. OECD 국가의 2040년 예상되는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이 29%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잡은 30%는 이보다 1% 높을 뿐이다. 하지만 OECD 국가 2017년의 26%에서 불과 3% 증가이지만 우리의 현재 7~8%에서 2040년 30% 이상 잡은 것은 20% 이상 초고속(?) 성장을 해야 한다. 도전을 넘어 사실 불가능한 수치 아닐까.

최근 본지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석탄발전 감축’에 동의했다. 하지만 10명 중 7명 가까이는 에너지 정책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이 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독일 철학자 괴테의 명언중 하나인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도 접목시키면 어떨까.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방향성은 설득력이 있지만 속도조절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과속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