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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탈(脫)석탄에서 전기차 대중화까지...'에너지전환' 걸림돌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5.23 15:21

전기차, 대중화 다가왔지만 주행거리·가격불안 등 여전
신재생, 석탄비중 넘었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전력생산 차질
원자재, 친환경 에너지원↑...석탄·천연가스 수요 이어져
업계 , 복잡한 에너지 믹스 디지털화로 수요 안정적 관리
기후변화, 전 세계 온실가스 규제 활발...EU선거에 이목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적극적 노력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글로벌 에너지 부문을 화석기반에서 무(無)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이해 에너지전환 트렌드 5가지를 꼽아봤다. [편집자 주] 


◇ 가시화되는 전기차 시대…최대 난관은 ‘주행거리 불안감’ 해소

현재 전기차 산업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폭발적인 성장세를 맞이하고 있다. BNEF에 따르면 과거 2015년에 약 44만 7000대 수준을 기록하던 전기차의 연간 판매규모는 지난해 200만 대 가까이 늘어났으며, 올해는 약 26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BNEF는 유럽 지역에서 새로 출시되는 승용차 배출가스를 2030년까지 2021년 수준에서 37.5% 감축시키는 엄격한 환경규제로 인해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3배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해 배터리에 대한 비용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비용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2010년 키로와트시(kWh)당 1200달러에서 지난해 200달러 아래로 급감했다. BNEF는 배터리 가격이 2030년에는 62달러 미만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충전 중인 전기차. (사진=연합)


유럽의 경우 전기차는 영국과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휘발유·경유차 퇴출을 앞두고 있다. 노르웨이는 정부의 후한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BNEF에 따르면 현재 노르웨이는 50% 수준의 전기차 대중화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산업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전기차는 보다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BNEF는 "긴 거리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기차 충전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도 전기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경제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고 지적했다.

반면, 호주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기타 선진국과 달리 전기차의 대중화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나온 전기차 모델도 상대적으로 적다. 호주는 주요 도시 간 이동거리가 타 국가 대비 길기 때문에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전기차에 대한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또 호주는 27년간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률은 낮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게 여겨지는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도 낮은 편이다. BNEF는 "전기차 혁명은 선진국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 확산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이 뚜렷한 지역에서의 ‘청정 발전’은 단순한 열망이 아니라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저렴한 발전 원으로 부상했다. BNEF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모듈가격은 2008년 이후 무려 94%나 하락하면서 지난해 와트당 0.24 달러를 기록했다. ‘풍력 강국’인 유럽에서는 육상 풍력의 터빈 가격이 2008년 이후 37% 급락한 와트당 0.8 유로 수준이다.

BNEF는 "호주에서는 1분당 6개의 태양광 패널이 지붕에 설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석탄발전소들은 탈(脫)석탄 정책을 내세우는 정부 정책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4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역사상 처음으로 석탄 비중을 앞질렀다.

▲태양광 발전 설비. (사진=연합)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비중이 높아지면서 일조량이 강하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전력 생산량이 전력 수요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수요공급의 원리가 적용되는 미국과 유럽 발전시장에서는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전력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없기 때문에 전력 가격이 0 이하로 떨어지는 이른바 ‘네거티브 가격’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네거티브 가격이 발생하면 전력 생산자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돈을 주면서 전력을 판매해야 한다.

BNEF에 따르면 독일, 호주, 캘리포니아 등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전력 가격이 제로나 혹은 그 밑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독일에서 생산된 전력 중 2%, 또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전력 중 7%는 네거티브 가격으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에너지 감독기관인 AEMO의 오드리 지벨만 CEO는 "에너지전환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반드시 철저한 계획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지역사회의 여파도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석탄발전 등과 같이 기존 에너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지역사회에서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에너지전환으로 원자재 시장의 판도 바뀐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2050년까지 50% 수준으로 확산되면서 천연가스, 리튬, 석유, 석탄 등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 시장도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부문에 이어 자동차 부문에서도 휘발유·경유를 탈피하고 전기를 사용하는 친환경차가 대중화되면서 화석연료의 입지가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BNEF는 "친환경 에너지원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유와 천연가스는 앞으로 미래에서도 주요 원자재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BNEF는 2050년까지 천연가스 발전설비가 6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025년까지 천연가스 발전 증가량은 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천연가스는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재편된 발전체계에서 ‘발전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BNEF는 천연가스의 수요가 언제쯤 피크를 찍을지는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기지 배관(사진=연합)


일각에서는 온실가스를 발생하는 천연가스가 향후에도 주요 발전원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탄 비중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주력 발전원으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천연가스가 신재생에너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발전용 석탄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BNEF는 2027년에 난방용 석탄 소비량이 최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화석연료인 석유는 전기차 대중화로 인해 2040년까지 일평균 약 800만 배럴에 해당되는 물량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일평균 석유수요가 9920만 배럴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규모는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030년까지 석유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에너지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디지털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재편되면서 디지털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층 더 복잡해진 에너지 믹스를 갖고 안정적으로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필수라는 평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세계 에너지 수요는 2040년까지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전 시스템 운영자들은 한층 더 정교한 모니터링을 통해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히 이들은 갈수록 정교하고 복잡해지는 발전그리드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필수라는 평가다.

실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발전업계는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는 것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연료만 투입되면 그만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력 발전원으로 부상하려면 그만큼 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게 BNEF의 주장이다.

또한 디지털화는 기존의 발전체계를 보완하는데 있어서도 필수적인 부분으로 거론된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발전설비가 복잡해지고 많아지면서 변전소를 구성하는 변압기, 가스절연 개폐장치 등 대형기기의 설비상태를 진단하고 전력공급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는 영역이 될 수 있다.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공급을 위해 전압을 변환하는 시설로 만약 변전소가 고장 날 경우 대규모 정전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관리는 필수다. 그러나 변전소의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전국의 설비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일이 더욱 수월해지고 변전소 고장 예방은 물론 노후설비 보강 및 교체시기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 따른 디지털화는 단순 발전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석유생산, 에너지 소매,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혁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는 업체들이 경쟁적 우위를 선점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의 디지털화는 아직 인류가 접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BYD 등의 신생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이 에너지 분야에 뛰어드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 사회와 정치에서도…‘기후변화’ 관련 문제 화두로 떠올라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는 물론 폭염, 폭설, 가뭄 등의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BNEF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는 세계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국가가 기후변화를 엄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연방정부에서 주 정부, 기업, 대학, 개인으로 넘어가며 분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이 정치계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그린 뉴딜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기후변화를 주요 이슈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린 뉴딜은 비록 지난 3월에 부결되다. 그러나 BNEF는 "기후변화에 대한 전국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BNEF는 "정치계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주제거리가 ‘기후변화가 진짜인가’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변화하는 등 이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다는 점은 유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웨덴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를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면서 촉발된 기후변화 문제는 기성 세대에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만큼 26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되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EU 핵심 가치를 재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15일 유럽의회 주요 정치그룹 대표 후보들이 참가하는 TV토론에서도 기후변화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로 인해 녹색당 계열이 예전보다 지지기반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토론 참가자들은 정치그룹에 상관없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오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0)’를 달성하자고 주장했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방법론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다.

나아가, 지난 18일 치러진 호주 총선은 ‘기후변화 총선’으로 불릴 만큼 지구온난화가 최대 이슈였다. 시드니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 64%는 기후변화를 호주의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4년 18%보다 약 3배, 작년과 비교하면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에너지경제문 박성준·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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