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녹색기후금융] 산업銀 'GCF 간판' 내걸고 사업은 0건...국내 첫 이행기구 타이틀 '무색'

송두리·이유민·허재영 기자 dsk@ekn.kr 2019.04.10 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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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불발 이후 사실상 휴업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끌 '전문성 부족'

▲KDB산업은행, 녹색기후기금(GCF).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이유민·허재영 기자] 2016년, KDB산업은행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이행기구로 선정됐다. 국내 금융기관이 성취한 첫 성과인 만큼 녹색기후금융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기대감에 한층 부풀었다. 하지만 이후 3년이 다돼가는 지금, 산업은행이 발굴해 GCF에서 승인을 받은 프로젝트 건수는 ‘0’건으로 아무런 진척이 없다. 정부에서부터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녹색기후금융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첫 GCF 이행기구’란 타이틀만 무색해지고 있다.

◇ 산업은행, 남태평양 첫 발굴사업 불발 후 ‘기약없는 기다림’

GCF 이행기구로서의 산업은행 성과가 신통치 않다. 2016년 12월 GCF 이행기구로 선정된 후 올해까지 GCF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고 집행한 프로젝트 건수가 한 건도 없다.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설립을 승인받은 유엔(UN) 산하의 국제기구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GCF 인증기구는 총 84개다. 한국의 경우 2012년 GCF 이사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한 데 이어 2016년에는 국내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이행기구로 선정됐으며, 올해는 GCF 이사진 자격을 얻으며 GCF에서의 입지가 커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GCF 이행기구인 산업은행은 GCF 프로젝트 발굴에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처음 GCF 협조융자 사업으로 피지와 파푸아뉴기니에 각각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설치하는 ‘남태평양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지원 사업’을 GCF 이사회에 상정하려고 했으나 결국 승인을 받지 못하며 불발됐다. 처음으로 GCF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던 만큼 기대감이 높았지만 무산되며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은 기약없이 해를 넘기게 됐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당시 바이오매스 발전이 친환경 에너지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며 "친환경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고 환경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과 의견수렴이 없었다.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통통로 등을 더 활발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측은 "(남태평양 바이오매스 발전소 산업) 이후 다른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플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 녹색기후금융 성공에 회의적…"산업은행, 전문조직 갖춰야"

▲KDB산업은행.


GCF 이행기구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해도 현재로써는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 GCF 관계자는 "GCF 이행기구에 대한 평가를 5년마다 하는데,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못했을 경우 이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GCF기금을 통한 프로젝트 발굴을 성공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제시하는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수익성 중심으로 화력발전 등에 투자해오던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GCF기금을 통한 저탄소 프로젝트 발굴을 성공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연합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화력발전소 등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GCF 이행기구가 되면서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며 "산업은행이 환경파괴 등의 우려가 있을 때는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자발적 협약인 적도원칙(赤道原則·Equator Principles)을 표방했다고는 하지만 이후 진척된 내용은 없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 등으로 신호를 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열악해 국가 안에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 등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같은 상황과는 다르다"며 "GCF의 경우 정부가 나서지 않고 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재부에서는 산업은행이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도록 기관들을 연결 시켜준다든지 등으로 측면에도 도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안에 GCF와 관련한 전문조직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산업은행에는 기후금융팀과 같은 실무조직만 있어 전문성과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GCF 한 전문가는 "산업은행에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후전담부서를 더 확대하고, 나아가 기후변화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자회사 성격의 기구가 있어야 GCF 추진에 힘이 더 실릴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산업은행에서 기후금융에 대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고, 환경을 포함한 윤리,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하며 스스로 개혁해 발전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구가 없다"며 "공공성을 표방하는 금융기관이라면 환경과 기후변화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며, 책임을 다하기 위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상협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는 "저탄소 에너지산업 전환과 같은 시장의 규모는 2030년까지 20조 달러 규모를 넘어선다"며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기존과 다른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GCF의 경우 통상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차원이 다르다"며 "산업은행이 상당한 규모의 전담기구와 전문인력을 갖춰야 GCF 이행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송두리·이유민·허재영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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