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기장군)·울산(울주군)·경북(경주시) "원전해체연구소를 새 성장동력 삼겠다"며 사업유치에 사활, 경쟁 가열
-정부가 특정 지역으로 가닥 잡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정부가 해명자료 내고, 지자체에서는 항의 방문이 이어지는 등 신경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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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해체 현장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발전의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동남권 원자력해체센터의 부지 선정이 오리무중 형국이다. 부지후보 지자체들의 경쟁만 과열되는 분위기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정부가 점진적으로 원전을 축소하기로 함에 따라 원전 해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곳이다. 필요한 부지만 3만3000제곱미터에 이르고 24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북 경주시와 울산시, 부산 기장군 등 3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들은 모두 원전이 위치한 지역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에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를 새로운 먹거리로 여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부산시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올초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 축사에서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방안과 원전해체산업 종합 육성전략을 올해 3월까지 마련해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는 부지선정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어 해당 지자체들의 경쟁만 과열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특정 지역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가 해명자료를 내고, 지자체에서는 항의 방문이 이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산업통상자원부는 후보 지자체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나 언제 결정할지는 아직 미정이라 구체적인 설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울산시는 울주군 서생면에 조성되고 있는 에너지 융합산업단지 안의 3만3000제곱미터의 토지를 원전해체연구소의 부지로 제시했다. 울산시는 신고리원전이 위치해 있고 원자력대학원대학교와 유니스트 등 원전교육기관이 있어 원자력 관련 인재를 확보하기 쉽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경주시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한전KPS, 중저준위방사능폐기물처리장 등 원전 관련 기관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든다. 특히 경주시는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12기가 밀집한 한국 원전산업의 중심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은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를 비롯해 수명이 다해가는 노후 원전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들어 원전해체연구소가 들어설 최적지임을 적극 홍보한다.
기장군은 군수와 군민들이 유치전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1월28일 청와대 앞에서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의 기장군 유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산업부를 방문해 기장군민 7만6000명의 서명운동 증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산업부 원전환경과 측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지자체들이 원전해체연구소 유치에 온힘을 쏟는 이유는 연구소가 들어서는 지역이 원전해체산업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원전해체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2029년까지 259개 원전이 해체에 들어가 해체비용만 7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수원은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83기의 원전이 해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대와 2040년대에도 각각 127기ㆍ89기의 원전이 해체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이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규원전 건설이 없는 상황에서 해체산업만 육성해서는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가동ㆍ신설되고 있는 원전 숫자가 국내 원자력 시장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의 물리적 해체 등 작업은 각국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해외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며 "탈원전 정책도 단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ㆍ안전 분야는 건설 예산과 비교하면 십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소위 말해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며 "산업이 건전해야 인력양성도 의미가 있다. 정부의 원전 해체 전문가 양성은 탈원전을 본격화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