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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 투자' 세계 최대 '도시 공원'...사우디 비전2030 빛 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3.21 17:11

탈석유시대 대비 '비전 2030' 추진...26조원 도시개발
여의도 공원 60배...750만 그루 식수 '최대 녹지'
서방국가, 카슈끄지 살해사건 등 비판 여전
해외 주요 투자자 발길 '뚝'
빈살만 왕세자, 유가 상승 동력 삼아 돌파구 마련할지 관심

▲사우디 비전 2030.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막 도시’ 수도 리야드를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공원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번 사업은 사우디가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해 추진하는 사회·경제개혁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비전 2030’ 계획 실현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의 경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해외투자를 통한 자본유치가 필수인데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에 의한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 현안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여의도공원 60배’ 세계 최대 공원 조성…26조원 투자

▲리야드 도새개발계획 조감도.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 정부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229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리야드 도시개발 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살만 국왕 공원’ 조성 △녹지 조성 사업인 ‘그린 리야드’ △스포츠 대로 구축 △시내 곳곳에 국내외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리야드 아트’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사업의 핵심인 ‘살만 국왕 공원’은 현재 공군기지로 쓰는 옛 리야드공항 터에 조성된다. 여의도공원의 60배, 뉴욕 센트럴파크의 4배인 13.4㎢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곳에는 영화관과 갤러리·박물관·종합예술단지·레스토랑·18홀 골프장·스포츠 시설 등 문화시설은 물론 호텔·주거단지가 들어선다.

‘그린 리야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녹지 조성 프로젝트로 나무 750만그루를 심어 리야드의 녹지를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업이 완료되면 리야드 녹지 비율은 현재 1.5%에서 오는 2030년 9.1%로 높아지고 도심 평균 온도를 섭씨 2도가량 낮아지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리야드에 길이 135㎞의 선수급 사이클 트랙을 갖춘 스포츠 대로를 구축한다. 또 정부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의 자금을 공공예술에 투자하고 정기적으로 예술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SPA에 따르면 도시개발 계획은 2023년부터 2030년 사이에 완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7만개와 민간 부문에서 150억달러의(약 16조 8735억원) 투자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 리야드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SPA통신은 "이번 사업의 목적은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리야드를 매력적인 방문지로 변환해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비전 2030’ 위한 해외 자본유치 실패 잇따라…국제유가 상승은 호재

▲WTI 가격추이 (사진=네이버금융)


이번 프로젝트는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사우디가 추진중인 사회·경제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의 일환이자, 비전 2030의 핵심 기조인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사우디 정부는 국민 ‘삶의 질’에 초점을 둔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개혁이 완성되는 2030년에는 수도 리야드를 세계 100대 도시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유엔(UN)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비전 2030’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계획으로, 석유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부분의 경제 기여도를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실현 하기 위해선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해외자본 유치가 필수 조건이다. 사상 최대 규모(2조 달러)가 될 아람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이번 리야드 도시개발 프로젝트 등의 대규모 관광·사업단지,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국민적 복지 사업추진에도 서방 언론들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사우디의 여성 인권 탄압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리야드 녹지 공원 사업을 소개하면서도 "사우디 왕실은 지난주에만 10명의 저명한 여성 인권 운동가를 기소하는 등 반대 의견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비전 2030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은 정치적 안정을 보장받을 때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말 사우디 정부는 갑작스럽게 ‘부패와의 전쟁’을 시행, 여러 왕족들과 관료·기업인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빈 살만 왕세자의 정적 축출 및 권력 강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사우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온 언론인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첩보원들의 손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투자자들은 사우디의 독재적이고 불투명한 통치 체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일부 서방 투자자들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하고 나섰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할리우드의 대형 에이전시 윌리암모리스엔데버(WME)가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유치한 4억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투자액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엔데버 측은 익명을 전제로 계약 파기가 "카슈끄지 사태에서 참담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6년 유가 폭락을 극복하기 위해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하고 탈석유 경제를 건설하겠다고 계획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신경제 건설의 핵심 자금줄이었던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를 최소 3년간 미루기로 결정했고, 그 와중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 발길도 끊긴 상황에 놓였다. 사우디에서는 지난해 10월 사실상 비전 2030의 투자설명회였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가 열렸지만 사우디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소프트뱅크 등 주요 투자자들은 줄줄이 불참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아람코의 상장이 과연 실제로 이뤄질 지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렇듯 사우디의 정치 외교적 리스크가 대외 투자유치에 타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올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점은 사우디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수준 이상의 유가수준은 필수다. 아람코 지분을 더 많이 받고 파는 데는 고유가가 사우디측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0.23달러에 장을 마감하는 등 4개월여 만에 60달러선을 회복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30% 이상 상승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 이들과 제휴하는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의 집단 감산,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가 유가 상승의 동력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유가 하락 리스크와 대외 정치적 문제 등으로 사실상 좌절된 아람코의 IPO 계획이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아람코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선 유가상승에 더해 해외 투자 유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라 사우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향후 아람코 상장의 핵심요소가 될 전망이다.


◇ 사우디 도시계획, 권한 박탈 받은 왕세자에 힘 실어주기?

▲빈살만 왕세자(좌), 살만 사우디 국왕


한편, 일각에서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반체제 언론인 암살 의혹에 휩싸인 아들 빈살만 왕세자의 권력 일부를 박탈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의식해 왕세자에게 사업 총괄을 맡겨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그가 쥐고 있던 재정·경제 관할 권력 일부를 박탈당했다. 부자간 불화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악화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철옹성처럼 공고했던 그의 권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 수석 경제·재정수석 회의는 이례적으로 왕세자 배석 없이 진행됐다. 왕세자는 사우디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의 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된 게 최근 2주새 공식 활동의 전부다.

특히 살만 국왕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권한 중 일부를 자신의 최측근이자 최근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무사에드 알아이반에게 넘기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알아이반은 살만 국왕을 대신해 사우디의 투자 결정을 비공식적으로 감독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왕세자 사이에 금이 갔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카슈끄지 암살, 예멘 내전 개입 등으로 사우디가 국제적 논란의 중심에 서자 그 핵심 인물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살만 국왕이 제어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두 사람의 ‘불화설’을 뒷받침하는 신호는 더 있다. 지난달 말 살만 국왕이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무함마드 왕세자는 환영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게다가 왕세자는 자신의 친동생으로 주미 대사였던 칼리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를 국방차관에 임명하고, 빈자리에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44) 공주를 내세웠다. 사우디의 외교공관 대사직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리마 공주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는 비록 얼마간 논의는 있었지만, 발표는 국왕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왕실의 임명 인사는 항상 국왕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하지만, 당시 칙령은 ‘국왕 대리’가 서명했고,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수십년간 볼 수 없던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가디언은 "워싱턴에 체류 중인 사우디 정부 대변인은 수 차례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면서 "다만 일부 중동 전문가들은 살만 국왕 부자 간 갈등설이 과장돼 있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금도 왕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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