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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허재영 기자] 지난해 말부터 보험사들은 경쟁적으로 치매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중증치매만 보장하던 기존 상품과는 달리 경증치매까지 보장 범위를 넓히자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업계는 치매보험 열풍이 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경증치매 환자 데이터가 부족해 향후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최근 한화생명이 치매보험 상품 개정에 나섰고, 재보험사가 치매보험 재보험을 거절하는 사례도 발생하면서 결국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월 출시한 ‘간병비 걱정없는 치매보험’을 오는 4월 1일부터 판매 중단한다. 이후 상품의 보장담보와 진단자금 등을 일부 개정해 이르면 오는 4월 말부터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1월 올해 대형 생명보험사 중 가장 먼저 치매보험을 출시해 시장에서 선제적 지위를 구축했다. 특약으로 치매를 보장하는 기존 상품과 달리 주계약으로 치매를 보장하는 치매 단독상품으로, 출시 후 두달여 만에 11만건 가량 판매됐다.
보험사가 보험 상품을 출시 한지 두달 여 만에 판매를 중단하고 개정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한화생명측은 판매 중단과 관련해 다음달부터 평균수명이 연장된 경험생명표를 적용해 모든 상품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인기리에 판매중인 상품을 개정하기로 한 이유가 경증치매 보장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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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치매보험 출시 열풍이 불자 일각에서는 치매보험 상품들의 보장범위가 넓고 경증치매 환자 데이터도 부족해 보험사 손해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예상치 못한 거액의 보험금 지급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분쟁이나 논란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치매보험은 타 보장성 상품 대비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경증치매 진단 시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데다 객관적인 입증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환급금 등을 이용해 치매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판매하는 불완전 판매 사례도 늘어났다.
이러한 점 때문에 최근에는 재보험사가 치매보험 인수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메리츠화재는 해외재보험사인 RGA재보험과 재계약을 통해 치매보험 리스크를 분산하려고 했지만 위험도가 크다며 보험계약 인수를 거절당했다. 재보험사가 재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인수거절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치매보험의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가 증가하면서 치매보험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높아졌기에 보험사들도 저마다 치매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경증 치매와 관련해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리스크를 예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재보험사와 계약을 맺거나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상품 개정에 나서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