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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순의 '굴욕'...1.7조 예상했는데 겨우 8천억 몰려 홈플러스리츠 상장 철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3.14 16:59

대주주 MBK파트너스 7조3000억 투자금 회수계획 차질
추후 분할 상장 재도전 가능성

▲홈플러스 리츠.


[에너지경제신문=한수린 기자]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굴욕’을 당했다. 취임 이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자진철회했다. 1조7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으니 겨우 8000억원만 몰렸기 때문이다. IPO를 통해 차입금 상환에 나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는 더 불투명해졌다. 실적 악화까지 지속되는 상황이라 임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단위 규모로 IPO시장의 대어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홈플러스리츠)가 상장을 철회했다. 예상보다 큰 자금 모집 규모에 비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번 홈플러스리츠의 상장 철회로 향후 다른 리츠들의 상장 전망까지 불투명해졌다.

홈플러스리츠는 이달 상장을 목표로 했던 한국리테일투자운용의 공모리츠로 2018년 7월 설립됐다.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가 보유한 51개의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연 7%의 배당수익률을 공언 한 바 있다.

홈플러스리츠 수요예측은 지난 달 2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희망공모가는 4530~5000원 수준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 희망공모금액은 1조5650~1조7274억원 규모였다. 투자자 비중별로는 80%가 기관투자자, 20%가 개인투자자에 각각 배정될 예정이었다.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했던 홈플러스리츠 측의 예상과 달리 이번 수요예측에서는 1조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약 7억달러(약 7925억원)가 공모됐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공모 규모에 해외와 국내 기관투자자 모두 부담을 느꼈으며 더하여 불안정한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한국 대형 유통매장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도 홈플러스리츠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리츠 측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시행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향후 공동 대표주관회사와 공동 주관회사의 동의로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14일 제출할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상장 철회로 임 대표는 타격을 입게 됐다. 그는 지난 2017년 10월 취임 이후 홈플러스리츠 상장에 공을 들여왔다 . 지난달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도 직접 얼굴을 내비칠 만큼, 홈플러스리츠 상장에 대한 의지를 적극 드러내기도 했다. 홈플러스리츠 상장 철회로 당장 폭탄을 맞은 곳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다. 홈플러스에 무려 7조3000억원을 투입하고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감행했는데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대규모 공모단위가 가장 큰 문제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추후 분할 상장을 통한 재도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상장에 대해 홈플러스리츠 관계자는 "다시 역량을 집중해 도전할 것이다"라며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홈플러스리츠의 상장 철회는 후속 리츠 상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KB증권 장문준 연구원은 "리츠 상장을 준비 중이었던 롯데그룹,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작년에 상장된 이리츠코크렙, 신한알파리츠와 상장철회를 결정한 홈플러스리츠의 경우를 종합해보면 한국시장에서 아직 상장 리츠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고, 특히 리테일 특화 리츠의 경우 업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분리과세 등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리츠의 기초자산 다양화 등이 수반되어야 한국 상장 리츠의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이번 상장 불발은 IPO시장의 전체 공모액 규모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올해 전체 공모액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된 바 있으나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바디프랜드 등에 이어 홈플러스리츠까지 상장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시장 관계자는 이번 공모 철회에 대해 "해당 사항이 아직 공식적으로 접수되지는 않았다"며 "대규모 공모 규모가 예상됐던 회사의 상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있었으나 회사 측의 결정으로 충분히 철회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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