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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토리 임주환 인사팀장. |
톨스토이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스타트업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은 ‘행복한 가정’의 조건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구성원, 투자자 그리고 구직자들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조직문화가 그것이다.
경영도서 베스트셀러인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서도 ‘규율의 문화’라는 장을 할애해 문화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했고, 넷플릭스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만든 기업문화 가이드나 구글의 조직문화를 다루는 책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조직문화라는 것이 무엇일까? 조직문화에 대해 널리 알려진 성공사례를 도입했지만, 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인가? 조직문화라는 개념이 워낙 포괄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는 ‘원칙에 따라 구성원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지속적인 활동의 결과’라 생각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원칙’과 ‘지속성’이다.
원칙이란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과 같다.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말로 바꿀 수 있는데, 확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을 항상 마주하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무의식 중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충족시켜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원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중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조금 더 수월하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 원칙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닌 저마다의 상황과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 성공적인 제도나 프로그램 몇 가지를 도입했다고 해서 그 기업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는 기우제를 지내고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100%의 성공률을 가진 기우제가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방식으로 우리에게는 ‘인디언 기우제’라 알려져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창업자 스콧 맥닐리의 "잘못된 전략이라도 제대로 실행만 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빌리자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비가 내릴 때까지 지속적인 기우제를 올린 덕분에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 보면 누군가의 한 마디에 이식하듯이 가져온 제도나 프로그램을 자리 잡을 때까지 지속해서 실행하는 기업은 과연 몇이나 될까? 효과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며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 받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시스템 이론에 따르자면 조직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이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현실에서는 저마다의 목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 것과 같이 조직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이 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조건을 찾았으니 스스로 ‘불행한 가정’의 이유들을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