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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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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원전, 해체에 답있다②] 건설만큼 복잡한 해체, 기술력 확보·산업 육성 추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22 14:10

▲원전해체 작업 현장. [사진제공=한양대 원전해체연구센터]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 축사에서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방안과 원전해체산업 종합 육성전략을 올해 3월까지 마련해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10월에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아직 확보하지 못한 원전 해체기술을 개발하고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탈원전 후속 조치를 공개한 바 있다. 문제는 기술 검증인데 성 장관의 말처럼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1년까지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가 설립돼 국내에서 개발된 원전 해체 관련 기술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검증할 수 있을 전망이다.


◇ 건설만큼 복잡한 해체시장

원전을 해체하는 것은 건설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최소 15년에서 최대 60년이 걸리는 대규모 작업이다.

원전 해체는 크게 ‘영구 정지 후 해체 준비’, ‘해체 단계’, ‘사후 관리’ 등 세 단계로 구분된다. 원전 시설의 운전을 중단하면 해체를 위한 시설과 부지 특성 평가, 기술 개발 타당성과 소요 자금 등을 결정한다. 여기까지가 해체 준비 단계다.

해체 단계 작업은 제염(오염 제거)과 구조물 철거로 구분할 수 있다. 제염은 특정 시설이나 지역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과정이다. 기계와 화학적인 방법을 동원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다. 제염 작업이 끝나면 구조물 철거를 진행한다. 원전 시설 내부는 높은 방사선으로 인해 작업자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로봇을 활용한 원격 해체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렇게 수거된 각종 폐기물은 처분장 수용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 이송된다. 해체가 완료된 부지는 원래의 자연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복원 작업 등 사후 관리로 마무리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0년까지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제출, 2022년 계획 승인, 2026년부터 절단, 철거작업, 제염 작업 등을 거쳐 2030년 해체 작업을 마무리하고 2031년부터 2년 동안에는 부지 복원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 한국, 독자적인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

한국은 원전 건설에 있어서 만큼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아쉽게도 해체 시장에서는 아직 기술력이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해체 기술이 떨어지는 주된 배경은 원전의 역사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의 첫 원전은 1978년 도입한 고리 1호기다. 2017년 가동 중지를 결정하면서 2022년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국내 처음으로 원전이 해체되는 사례다.

해외 국가에 비해 늦다. 미국·독일·일본 등은 196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원전을 곳곳에 설립해 왔다. 자연스럽게 원전 해체에 관한 논의도 한국보다 훨씬 먼저 이뤄졌고 이미 원전 해체 작업을 완료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 중에서도 미국의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이미 15기의 원전을 해체하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미국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자국의 원전 해체 경험을 토대로 한국보다 한 수 위의 기술을 갖고 있다.

다행인 점은 원전 해체 기술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술 정도를 100이라고 수치화하면 한국은 80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원전업계에서는 건설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체 시장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면 조만간 해외 국가와 비슷한 기술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해외 국가를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노력해 온 결과 국내의 원전 해체 기술 개발도 최근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2021년이 되면 미국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기술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원전 해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용화 기술’은 대부분 확보를 완료한 상태다. 한수원에 따르면 원전 해체를 위한 상용화 기술은 총 58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이미 45개를 보유한 가운데 2021년까지 나머지 13개 기술을 자체 개발해 확보할 예정이다. 상용화 기술은 이미 해외에서 개발한 기술들도 많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거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기술들이 많다. 따라서 이와 별도로 원전 해체와 관련한 원천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초안을 작성하고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6월까지 원안위로 최종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원안위 인허가 승인 이후 2022년 하반기부터 해체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전 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2년부터 원전 해체에 필요한 38개 핵심 원천 기술을 설정하고 이를 개발하는데 매진해 왔다. 그 결과 현재 해체 안전성 평가 기술부터 로봇을 활용한 제어 기술까지 총 28개 원천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2021년까지 나머지 10개 기술을 모두 완성해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 해체 기술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원천 기술들은 해외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원하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라며 "38개가 모두 개발되면 2022년 해체 과정에 들어가는 고리 1호기 해체를 완수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 기술을 완전히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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