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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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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의 눈] '게임대부' 김택진·방준혁은 재계 들러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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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경제계와의 본격적인 소통을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12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현 정부가 100명이 넘는 기업인을 청와대로 부른 것도, 또 그중에 게임기업 수장이 포함되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낯설지만 귀중한 경험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게임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추켜 세운다.

다만 이날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만 놓고 보면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두 거목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을 재계 들러리로 세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청와대 등을 통해 공개된 주요 발언록을 보면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은 주요그룹 총수 중심의 정부 규제개선 건의, 남북경협 추진, 제조업 및 지역기업들의 최저임금 문제, 대중소기업간 상생 독려 등 경제현안 중심의 대화가 오갔다.

청와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게임·IT업계의 대표격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배치했다고 설명했지만, 행사 어느 부분에도 두 명의 게임인이 낄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나마 120여 명 기업인 중 단 8명에게만 돌아간 대통령과의 산책 기회를 얻은 방 의장이 게임산업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전하며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한 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100명이 넘는 인원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엔 120분은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또 각기 다른 종목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지역 경제인 등 저마다 당면한 현안이 다른 기업인들이 모였기 때문에 깊이 있는 문답이 오갈 수 없다.

다만 이는 행사 이전부터 예견됐던 대목이라는 점에서 뒤따르는 아쉬움도 크다. 격의 없는 자유토론도 좋지만 업종별, 또는 사안별 토론시간을 안배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새로운 국가성장동력으로 창업 및 4차 산업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고, 대표적인 예로 게임산업을 들며 규제보다 육성이 중요하다고 꼽아왔다. 게임업계 두 수장은 이번 타운홀 미팅에 앞서 청와대에 전달한 업계현안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 움직임, 강제적 셧다운제,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등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현장에서 미처 발언권을 얻지 못한 기업인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후 관련 부처에서 대답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타운홀 미팅에서 듣지 못한 정부의 속 시원한, 그리고 보다 진취적이고 책임감 있는 대답을 조속한 시일 내에 확인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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