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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2017년 넛지(nudge)의 저자인 리처드 테일러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이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 위에서 경제행위를 분석하는 반면 행동 경제학은 그 가정이 현실적인지를 검증한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렇게 합리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닻 내리기(anchoring) 효과라는 것이 있다. 실험 참가자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 마지막 세 자리를 쓰고 거기에 0을 세 개 더 붙이라고 지시한다. 예를 들어 010-1234-5678이면 678,000이라고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 어떤 집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가격(달러)을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쓴 숫자와 비슷한 값으로 추측한다. 당연히 집의 가격은 전화번호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사람들은 마치 닻을 내린 배처럼 처음 쓴 숫자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행동 경제학은 실험을 통해 비합리성의 사례를 축적함으로써 주류 경제학이 발 딛고 있는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이런 사례를 접할 때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그래 인간이 어떻게 합리적일 수 있어? 감정도 있고 실수도 할 수 있지, 큰 문제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생각할까? 좀 더 합리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합리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고민하는 것이다.
행동 경제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비합리성을 보완할 작지만 효과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정책들이 마치 누군가가 망설이고 있을 때 팔꿈치로 툭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넛지라고 부른다.
반면 주류 경제학자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두 번째 입장을 취한다. 물론 주류 경제학은 가치판단을 최대한 자제하기 때문에 대놓고 꾸짖지는 않지만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당신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은근히 전달하고 있다.
이제 곧 연말정산이 다가온다. 아마 세금을 더 내면 세금폭탄을 맞았다면서 괴로워하고 주변에서도 위로할 것이다. 분위기 좋은 직장이라면 환급받은 동료가 밥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0만원을 환급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세금을 환급받는다는 것은 내야할 세금보다 미리 더 많이 냈다는 뜻이다. 정부에 무이자 대출을 해준 셈이다. 이자율이 3%이고 200만원의 연평균 잔액이 100만원이라고 하면 3만원의 이자소득을 잃은 것이다. 반대로 200만원을 추가로 내는 사람은 3만원의 이자소득을 얻은 것과 같다. 따라서 세금폭탄을 맞은 사람이 환급받는 사람에게 한 턱 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만큼 비합리적인 생각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방식이 도입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세금폭탄을 맞았다. 물론 당시는 세금부과 방식의 변경에 따른 예상치 못한 충격이라 놀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세금폭탄 맞은 사람이 더 이득을 봤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맞춤형 원천징수제도를 도입한 것이었다. 특히 120%를 선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이자소득을 포기하는 대신 세금폭탄에 따른 불만을 줄여 주겠다는 의도였다.
당시에도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꽤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완전히 조삼모사는 아니다. 만약 120%를 선택한 사람의 세금이 80%를 선택한 사람의 세금보다 많으면 정부는 이익을 보게 된다. 이 정도면 넛지치고는 옆구리가 꽤 아픈 것 같다. 차라리 몇 만원이라도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0%를 선택하고 매달 지난해 세금의 12분의 1을 적금으로 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니까 당연히 비합리적이라고 지레 겁먹지 말고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겠다고 결심했으면 좋겠다. 물론 다이어트도 같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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