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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Transition)은 어떠한 상태, 조건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과정 또는 시기를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은 말 그대로 우리가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수십 년의 과정이다. 현재 진행되는 에너지 전환은 ‘저탄소 에너지 전환’으로 특징될 수 있는데, 전 세계가 동시적으로 각자의 사정에 따라 거대한 변화 과정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지난해 7%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우선, 친환경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수립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에너지 정책과 혁신이 공급 측면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공급 기술의 변화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에너지 소비 행동을 바꾸는 최선의 방법을 어떻게 찾느냐에 따라 전환의 결과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에너지 전환의 주인공은 공급자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역시 포함된다. 오랫동안 전기 소비자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전달되는지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전기요금에 주로 신경을 써왔다. 폭염과 혹한으로 징벌적 요금제인 누진제가 적용된 고액의 청구서가 전달되면 분노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를 달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요금을 인하해주는 행태는 수년 째 반복되는 모습이 되었다. 2005년 쿠퍼(Cooper)가 제안한 소비자 성숙도 모형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Unaware)’ 단계라고 정의했다.
절대 다수가 의식이 없는 소비자(Unconscious Consumer)일 때, 유일한 개선 방향은 교육이다. 에너지 전환이 무엇인지? 왜, 우리가 소비 형태를 바꿔야 하는지?, 어떤 기술이 불편함 없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지원하는지? 등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론의 형태로 논의하고 소통하는 교육 과정이 시급이 필요하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에너지정의행동,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등 관련 공공기관, 시민단체에서 소비자를 일깨우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으나 에너지 전환이 매우 장기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초등부터 대학까지 전 교육 과정에서 소비자를 일깨우는 공식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될 필요가 있다.
교육을 통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면, 소비자는 자각하는 고객(Awakening Customer)으로 진일보한다. 이런 자각은 결집과 공동체의 형태로 발전되고 공공의 이익과 가치 실현을 위한 시민 문화를 형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과 사업모델이 결합된다면 다양한 사업체가 출현, 발전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산업의 발전 기반을 형성한다. 여러 소비자의 수요반응을 결집하고 지속 성장하는 전기차 충방전을 공급/수요자원으로 활용하고 분산형 태양광, 전력저장을 모집하여 가상의 발전소(Virtual Power Plants, VPP)로 활용하는 수요와 공급자원을 포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에너지 시민사회가 성숙될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러한 단계로 발전된 소비자는 혁신적인 프로슈머(Innovating prosumer)로 부를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활동하는 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수십 년의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토대의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블랙박스에 갇힌 소비자의 의식을 일깨워 주는 교육에 있다. 적극적인 일부가 산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행사를 넘어 모두가 참여하여 에너지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인식하는 ‘에너지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필수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때, 에너지 전환의 긴 여정이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