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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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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스타트업, 간절함 보다는 자신감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1.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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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저희는 귀사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들을 투자 포트폴리오로 많이 보유하고 있어 귀사에 매우 적합한 투자사 입니다." "저희는 귀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업들과의 관계가 좋아 좋은 판매처를 소개해드릴 수 있습니다."

바다 건너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심심치 않게 투자사로부터 들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벤처 투자가 활발한 국가에서는 스타트업이 투자사를 고른다. 기본적으로 수많은 이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스타트업을 만들고 또 투자를 통한 수익이 좋다 보니 더 많은 투자사들이 생겨 활발한 투자 환경이 조성된다.

돈을 투자하는 곳은 벤처캐피털과 같은 투자사지만 돈을 벌어주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이렇다 보니 소위 말하는 ‘갑’은 스타트업이 되고, 투자사들은 좋은 스타트업의 지분을 어떻게든 확보하고자 정성을 들인다.

한국에서는 정 반대다. ‘1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서?1개라도 성공하면 다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벤처 투자로 인한 수익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스타트업보다 벤처캐피털이 더 적은 추세이고 이는 자연스레 스타트업을 ‘을’의 위치에 서게 만든다.

실제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많이 모이는 ‘데모데이’나 ‘밋업’에 가보면 벤처캐피털 소속의 직원이 자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소개를 하려는 스타트업을 상대로 30초를 줄 테니 설명을 해보라는 의미로 앞 뒤 없이 "30초"라고 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한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초기 투자가 절실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갑’인 벤처캐피털을 상대로 ‘을’의 입장에서 간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간절함은 투자유치를 위한 발표인 ‘피칭’ 자리에서도 묻어 나온다.

스타트업이 투자사를 상대로 발표를 할 때 보면 ‘우리 이렇게 잘나가는 스타트업이니까 투자하고 싶으면 조건 들고 와서 줄 서’라는 강한 느낌을 주는 느낌이 아니라 매우 대조적으로 ‘저희는 정말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부디 투자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와 같은 느낌일 때가 종종 있다.

‘간절함’이나 ‘자신감’은 모두 상대방에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의 감정이다. 이성 간의 관계나 학업이나 시험에 있어서 간절함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업무를 처리할 때나 무엇을 소개할 때에 있어서 자신감은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다르다. 초기 스타트업은 힘들다. 국가를 막론하고 투자 유치 환경을 막론하고 초기 스타트업은 높은 확률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보이는 간절함은 자칫 동정의 대상으로 이들을 끌고 갈 수 있다. 최악을 수를 두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있어서 간절함은 상대방에게 동정심을 유발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들게하는 반면 자신감은 상대방에게 호기심을 유발해 관심과 호감을 느끼게 하는 편이라고 본다. 이 말에 동의하고 공감한다면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피칭에 임해야 하는지도 어려운 선택이 되지는 않을 것 이다.

필자는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발표인 ‘피칭’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재능기부로 멘토링하는 일을 함과 동시에 스타트업의 피칭을 심사하는 일도 한다. 피칭을 앞둔 스타트업에게 항상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세상에 스타트업이 아니었던 기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람도 모든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투자를 유치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간절함 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간에 스타트업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잊지 말자. 투자는 투자사에서 하지만 사업을 성공시키고 돈을 벌어오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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