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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제주도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기상·기후 메카'로 자리잡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1.04 16:19

제주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를 가다

차귀도

▲제주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바라본 차귀도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고산은 자체발생 에어로졸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2001년 아시아 대기질 연구를 위한 ‘슈퍼사이트’로 지정됐다."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 이상삼 연구사는 기후변화 관측을 위한 제주도 고산의 지리적 요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에어로졸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포함한 대기 중 미세입자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주상절리 위에 자리잡은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의 하늘은 푸르고 깨끗했다. 바다 건너 차귀도가 손에 집힐 듯 한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이 연구사는 "고산은 우리나라에서 바람이 가장 센 곳인데 오늘 같이 고요한 날에 찾은 것은 행운"이라고 웃어보였다.

고산 기후변화 감시 통합운영센터 전경

▲고산 기후변화감시 통합운영센터 전경 [사진제공=기상청]


고산 기후변화감시 통합운영센터는 고산 기상레이더센터에서 30m 가량 떨어진 곳에 마련됐다. 고산 기상레이더센터는 기상청이 강우 관측을 위해 전국 곳곳에 설치한 11대 기상레이더 중 하나이다. 기상청은 각 기상레이더자료를 합성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강수 범위와 이동 경향 등을 파악한다.

단기 기상정보 생산을 기상레이더센터가 한다면, 장기적 기후변화를 감시하기 위해 온실가스 등 에어로졸을 관측하는 곳이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기후변화감시 다양한 연구기관의 관측장비를 통합·합동 운영하고 관측자료를 공동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됐다. 2016년 5월 업무협약식이 체결됐다. 같은 해 12월 통합운영실이 조성됐다.

이 연구사는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가 지구 기후변화 연구에 기여한 역사를 강조했다. 그는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는 1998년부터 관측을 시작했고, 2001년에는 ‘에이스아시아(ACE-Asia)’ 관측지점으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에이스아시아는 국제지구대기화학프로그램(IGAC)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에어로졸이 지구의 기후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해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말한다. 그는 "고산은 청정지역이라 자체 발생 오염물질이 없어 유입 대기 관측이 쉽기 때문"이라며 "에이스아시아 이후 국내 연구자들이 관측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는 2013에 세계기상기구(WMO) 정식 관측망에도 등록됐다. 1998년부터 해발고도 52m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총대기침적, 성층권오존, 자외선, 대기복사 등을 관측해왔다. 2012년부터 해발고도 71m 온실가스와 반응가스, 에어로졸도 측정하고 있다.

컨테이너

▲멀리 보이는 컨테이너는 2001년 아시아 대기관측을 위한 ‘에이스아시아(ACE-Asia)’ 프로젝트 때 사용됐다가 2016년 태풍 ‘차바’ 때 분해돼 지금은 활용하지 않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오랜 역사만큼 수난도 겪었다. 통합운영실 옥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절벽 아래 녹슨 컨테이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연구사는 "에이스아시아 때 관측소로 사용했던 시설인데 2016년 태풍 ‘차바’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분해돼 지금은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 산하 고산기상대 소속 직원 J씨(44)가 30m 이상 되는 기상대 인근 해안 절벽으로 추락사한 사고도 있었다. J씨는 기상대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줍던 중 실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추락 위험이 있어 현재는 절벽 쪽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관측 데이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기후변화 감시소에 일반인의 출입도 금지하고 있다.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의 ‘현재’에는 다양한 연구기관이 함께 입주해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경북대학교, 서울대학교, 제주대학교, 한국환경공단이 상시적으로 에어로졸과 온실가스, 반응가스, 대기복사, 라돈, 총대기침적 등을 측정한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필요할 때 에어로졸 관측을 시행한다.

미세먼지관측

▲미세먼지(PM10)을 측정하기 위해 기상청이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에 설치한 장비. 이상삼 연구사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필름에 미세먼지가 묻어 누렇게 변한다"고 말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라돈 측정기

▲제주대학교가 대기 라돈 측정을 위해 설치한 시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들 연구기관은 첨단장비를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에 설치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대기 중 입자 크기분포와 수농도 등 에어로졸 특성 감시와 분석을 위해 공기역학입자계수기와 응결핵계수기, 광합입자계수기 등을 들여놓았다. 서울대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에어로졸 네트워크와 WMO 지구대기감시프로그램(GAW)참여를 위해 광흡수와 블랙카본 농도 측정기와 에어로졸 광산란 계수기, 입경별수농도 계수기 등을 설치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외국으로부터 오염물질 유입과 유출상태, 장거리 이동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미세먼지 측정장비(PM2.5, PM10)와 수은 측정장비 등을 입주시켰다.

기상·기후서비스 분야에서 제주도의 미래는 밝다. 고산 기후변화 감시소와 기상레이더센터를 비롯해 국립기상과학원과 국가태풍센터,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가 제주에 모여있다.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제6차 한.미 기상협력회의’가 개최돼 루이스우첼리니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기상청(NWS) 청장과 김종석 기상청장을 비롯한 양국 대표단이 만나 한·미간 기상기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2018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돼 기상기후 전문가 네트워크도 이곳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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