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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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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페이스북 ‘전자·IT 공룡’ 잇따른 싱가포르행…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0.24 15:52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전자·IT 공룡’들이 잇달아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슨과 페이스북이 각각 전기자동차(EV, 이하 전기차) 생산 시설, 데이터 센터 건립에 나섰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일찌감치 싱가포르에 자리를 잡았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인 기업들로 북적이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제조업 허브’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4일 전자·IT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은 최근 싱가포르를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낙점했다. 23일(현지시간)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 명의의 발표문을 사내에 공지하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오는 12월 착공해 2020년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이듬해인 2021년 첫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다이슨은 이미 지난해 싱가포르 서부에 위치한 사이언스 파크에 기술(R&D) 센터와 첨단 모터 제조 센터를 짓고 모터와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2월 완공된 기술 센터는 다이슨의 R&D ‘전초기지’다. 음향·기류(氣流)·사물인터넷(IoT) 등에 대한 연구가 모두 여기서 이뤄진다. 투입된 금액만 한화 약 4800억 원(이하 당시 환율 기준)에 이른다.

이들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도 1100여 명에 달한다. 다이슨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이들 연구팀을 현재의 2배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아시아 최초의 데이터 센터를 싱가포르에 열었다. 축구장 24개를 합한 규모(17만㎡)로 시설 건립에만 14억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조 1550억 원)가 투자됐다. 페이스북은 이번 센터 건립으로 수백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IT 기업들의 잇단 싱가포르 ‘노크’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구글과 트위터, MS가 이미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특히 구글은 지난 8월 아·태 지역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맞춰 싱가포르에 세 번째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투자 규모만 8억 5000만 달러(953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싱가포르에 전자·IT 기업의 투자가 몰리는 데에는 싱가포르가 주변 아시아 국가로 통하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어 문화권에 개방적인 시장 조건과 낮은 세율,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장려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1978년부터 외환 시장의 완전 자유화가 이뤄져 외환 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고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데다, 기업 경영에 있어 민감한 법인세율이 17%로 우리나라의 24%보다 낮다. 노사 분규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1987년 이후 파업 건수가 거의 전무하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정부가 ‘인공지능(AI) 싱가포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가 계획을 설립하고 지난해부터 5년간 1억 1000만 달러(123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다이슨과 페이스북도 △풍부한 인프라 △고급 현지 인적 자원 △광케이블 접근성 △싱가포르 경제개발이사회(EDBS)와 주롱타운 공사(JTC) 등 정부·지자체의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 정책 등 고도의 기술·제품을 제조, 생산하는 데 최적화된 싱가포르의 이 같은 환경을 ‘낙점’ 배경으로 꼽았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투자 환경에 힘입은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세계은행(WB)에 의하면 싱가포르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62%로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3.15%)보다 높다.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국가별 경제지표를 보면 물가 상승률도 지난 7∼9월까지 최근 3개월간 2%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실업률은 지난 6월 이후 3% 후반대를 유지할 만큼 낮다. 외국인 투자는 2016년 현재 한 자릿수 성장세(7.3%)를 나타내긴 했지만 당해에만 1조 3595억 싱가포르 달러(1110조 6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로완 다이슨 CEO는 "전 세계를 이어주는 공급망, 전문 인력 구축이 비교적 용이한 싱가포르의 시장 특성과 빠른 성장 가능성은 다이슨이 전기차 생산 기지를 건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싱가포르는) 고도의 기술을 탑재한 제품 제조와 생산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첨단 기술 산업 기지로서 활용도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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