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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교 KISTEP) 부연구위원 |
우리는 나무에서 석탄을, 석탄에서 석유와 가스를 사용해 산업을 일으키고, 눈부신 성장을 지속했다. 1880년 후반, 최초의 전기가 만들어진 이후 전기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됐으며, 전력시스템은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의 기계’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전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은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공기를 오염시키고, 위험에 빠지게 한다.
기술의 발전은 상상 속에 있던 태양에너지, 바람에너지를 현실의 세계로 가져다줬다. 과학자와 공학자, 사업가와 정치인, 그리고 행동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태양광과 풍력을 경제성 높은 발전 자원으로 탈바꿈시켰고 재생에너지는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전기를 만들겠다는 캘리포니아의 야심찬 계획이 얼마 전 발표되기도 했다. 전력산업에서 거의 배제됐던 소비자는 이제 직접 전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전력 수요를 IT기술을 이용해 분산시켜 피크 수요를 낮추겠다는 수요반응(DR)은 전력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바람과 빛이 풍부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몽골 고비 사막에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단지를 구축하고 초고압직류송전(HVDC)를 통해, 여러 대륙과 국가를 연결하겠다는 슈퍼그리드(Super Grid) 비전도 30~50년 후 미래를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
◇"미래를 위한 올바른 논의"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 전환은 수십 년 걸쳐 진행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엄청난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미래로 가는 길은 비단 길이기 보다는 가시 밭 길에 가깝다. 기대치보다 느린 신기술의 발전 속도, 높은 비용, 낮은 경제성, 기존 체계와 새로운 시스템 간의 조화와 활용 문제, 입지와 기후의 한계,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 수 많은 한계와 어려움에 부딪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큰 발전방향은 유지하되,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하고, 속도도 조절해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 한 번의 선언과 계획, 실행으로 원하는 미래에 도달할 방법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의 참여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지식, 서로 다른 가치를 수시로 확인하며, 미래를 위한 발전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단지, 특정 분야의 생존, 다른 정치적 목적의 이해관계가 목소리를 키우는 지금의 일부 논쟁은 퇴행적이며, 지양돼야 하는 소음일 뿐이다. 소음이 어서 빨리 잠잠해지고 우리 모두를 위한 논의가 치열하게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