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281조' 친환경 선박연료 시장 열린다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8.20 12: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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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해양기구, 2020년부터 유황 규제 시행
LNG추진선 수요 급증, 韓조선업계엔 호재

▲LNG선박. (사진=AFP/연합



세계 해양기구(IMO)가 당장 내후년부터 엄격한 유황 규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전세계 해운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선도적인 업체들은 청정 연료를 찾기 위해 액화쳔연가스(LNG) 선박을 도입하고 연료교체시설 개선에 나섰다. 해운업계는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불리할 수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에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박연료 규제로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LNG 연료 선박을 새로 제작하려면, 조선업계의 일감이 늘어나면서다.

IMO는 오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 함유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3%p 낮추기로 했다. 스크러버를 설치하지 않은 채 황산화물 배출량이 0.5%를 넘는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경우, IMO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박 연료를 중유나 경량 휘발유에서 LNG로 전면 교체할 경우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배출을 90∼95%까지 감축할 수 있다.

새로 도입될 규제는 전세계 해운업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 따른 대응책의 일환이다. 지난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협정 이후 국제사회는 해운업계를 향해 지구온난화의 주요인 중 하나인 유황을 2008년 수준에서 2050년까지 최소 50%로 감축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IMO는 수년간의 격렬한 논쟁 끝에 지난 4월 유황 규제를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2020년까지 IMO의 유황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선박업계에 주어진 선택지는 3가지다. 저유황 연료를 사용하거나, 중유 사용을 유지한 채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LNG로 전환하거나.

전문가들은 스크러버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배 한 척 당 최대 1000만 달러의 설치비가 드는데다, 장기적으로 CO2 배출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LNG 역시 화석연료라 해도 저유황유보다 CO2를 10∼20% 적게 배출한다는 점에서 대안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 "281조원 시장 열린다"

시장 잠재력은 상당히 높다. 스위스 은행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친환경 선박 시장이 향후 5년 안에 최소 2500억 달러(한화 281조 1250억 )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 표준인증기관인 DNV-GL은 2025년까지 LNG 선박 관련 신·개조 시장이 15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 건조될 LNG 선박이 1962척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LNG 선박은 연료 탱크가 상대적으로 큰 데다 벙커C유 선박보다 운항거리는 짧고 건조가격은 비싼 게 약점으로 꼽힌다.

친환경 선박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영국 지브롤터는 LNG 연료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발전소와 함께 건립되는 저장 탱크는 바지선을 통해 화물선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3년 반 가까이 이어진 저유가 시기 해양연료로서의 LNG 도입이 늦어졌으나, 지난 1년 동안 유가가 150% 가량 반등하면서 컨테이너, 화물, 유조선 수요 뿐 아니라 유람선 업계의 수요도 왕성해지고 있다.

DNV GL은 현재 전세계 125척의 선박이 LNG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400∼600척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세계 상업용 선박이 6만 척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중은 여전히 작은 편이다.

선박가치평가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LNG를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연료 엔진 선박이 2018년 78척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DNV GL의 마틴 월드 수석 컨설턴트는 "지난 10년 간 혹은 그 이상 전세계 해운업계에서는 LNG가 합리적인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는 컨센선스가 형성돼 왔다"며 "LNG가 미래 연료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유를 LNG로 전면 전환하는 데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 만큼, LNG로 완전 대체되기 전까지 저유황유를 선박 연료로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DNV GL은 2050년 수송에너지 중 47%만이 석유 기반 연료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가스 연료가 32%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전기선박이나 바이어연료 등 탄소중립에너지원이 연료를 공급하게 된다.


◇ 장기 대응책 마련…전세계 선사 ‘발등에 불’

수십년 후에는 메탄올, 바이오연료, 연료전지 시스템, 수소 등이 선박연료로 사용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상용화할 수 있을 만큼 기술 수준이 발달하지도 않은데다 가격도 매우 비싸다.

선박연료 수요가 단기간에 저유황유나 LNG로 이동하기 때문에 원유 생산 믹스를 조정하지 않은 정유업체가 최대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중유에서 친환경 연료로의 교체를 꺼리는 연료 공급업체들도 발각될 수 있다.

세계 4위의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초대형 LNG 추진선 9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2020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며, CMA CGM이 IMO 규제를 대비해 검토 중인 몇 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전해졌다.

회사 측 관계자는 "장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체 선박을 LNG로 교체하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기간 몇 가지 해결책을 시행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선박연료로 LNG 사용을 확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연료 보급 시설 건설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LNG로 구동되는 상업용 선박은 일반 선박보다 평균 약 500만 달러 한화 56억원 가량 더 비싸다.

초저온 가스가 증발하지 않도록 선박을 개보수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기존 선박을 계속 이용한다 하더라도 훨씬 큰 연료 탱크를 설치하기 위해 그만한 공간이 요구된다.

지브롤터의 경우, 로열더체쉘이 건설 중인 새로운 LNG 발전소가 필요한 선박연료 공급 인프라 중 일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브롤터 항만 당국의 트리아도 대표는 "현재 건설 중인 LNG 발전소는 100% 발전연료로만 사용될 것"이라면서도 "LNG 발전소에 공급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해양 인프라가 LNG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지브롤터는 바지선으로 LNG를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리아도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LNG 연료를 도입하기 위해 법 체계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로열더치쉘의 대변인은 "지브롤터에 LNG를 공급함으로써 해상 청정 연료로 LNG를 사용하는 등 또다른 미래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타 지역의 항구들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몰타섬은 LNG 연료보급시설 공급을 연구하고 있고, 바르셀로나는 LNG 벙커링을 제공하기 위한 작업을 검토 중이다. 벨기의 제브류와 네덜란드의 로데르담 항구는 이미 바지선을 통해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트레담, 로테르담, 벨기의 앤트왑 지역, 북해, 발틱해, 플로리다 해안 등 세계 각지에 LNG 벙커링 선박이 현지에서 운행될 수 있도록 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쉘의 마틴 베슬라 통합가스 및 신규 에너지 부문 부회장은 "해운업계에 LNG 선박이 대규모로 확산되는 티핑포인트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티핑 포인트는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를 말한다.


◇ 국내 조선업계엔 호재

국내 조선업계는 어떨까. 늘어나는 비용에 선주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나, 조선업계는 오히려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IMO의 환경 규제로 인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LNG추진선의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아울러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력과 부품 경쟁력이 글로벌 선사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환경 규제에 따른 대안으로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LNG 추진선을 다수 발주하고 있다. 2015∼2016년 글로벌 조선시황 악화에 따른 수주 절벽 사태의 여파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는 국내 조선업계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국내 조선 3사는 환경규제 시대의 글로벌 조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및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 받은 LNG공급시스템 기술력을 한층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선사들이 LNG추진선 발주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대비해 완전재액화시스템(FRS), 부분재액화시스템(PRS) 등 다양한 선택사항을 제시하며 LNG추진선의 수주 경쟁력을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고압엔진, 저압엔진용 재액화시스템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선박 브로커들 사이에서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LNG추진선이 60척 이상 발주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이쪽으로 집중을 하고 있다"며 "완전재액화, 부분재액화 기술력을 통해 선사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며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독자적인 엔진 제조능력을 앞세워 차세대 친환경 선박엔진을 상용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국·내외적으로 발주된 적이 없는 LPG추진 선박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초 덴마크 만 디젤&터보사와 ‘선박 추진용 이중연료엔진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LPG추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중연료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PG를 사용한 이중연료엔진은 디젤을 연료로 사용할 때보다 질소산화물(NOx) 20~30%, SOx를 90~95%까지 적게 배출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환경규제와 맞물려 LPG추진선의 발주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LPG 추진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LPG추진선 상용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폐열을 재활용해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이 ‘열전 반도체’ 산업을 주목하는 이유다.

열전 반도체는 전기를 공급해 냉각·가열 기능을 구현하고, 온도 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부품이다. 열전 반도체를 활용할 경우 선박 운행 중 발생하는 폐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것이 가능해 연료를 절감하고 유해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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