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 CATL.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둘러싼 한중일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전면 폐지하는 2020년부터 본격적인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와 손잡고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고, 내수 시장을 독점해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중국 업계는 턱밑까지 바짝 추격 중이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중국·일본계 전기차 배터리업체의 거친 공세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삼성 SDI, SK 이노베이션 등 우리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는 중국의 보조금 대상에서 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의 중국 공업화신식부(공신부)는 2018년 8차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발표했지만 명단에서 우리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배제됐다.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차량이 보조금 지급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통과하면서 업계에서는 ‘배터리 금한령’이 해제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다.
같은 달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중국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이 공개한 전기차 배터리 우수업체를 의미하는 화이트 리스트에 우리 업체 세 곳이 모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8차 리스트에서도 우리 업체들이 고배를 마시면서 결국 2020년이나 돼야 중국 시장에서 진짜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차츰 친환경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오는 2020년에는 전면 폐지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패권을 둘러싼 한중일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굳건한 1위를 지키던 일본의 파나소닉을 중국의 CATL과 BYD(비야디) 등이 위협하고 있고 한국 업체들도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일본의 파나소닉은 5940.4 메가와트시(MWh)로 중국의 CATL(5713.6MWh)을 제치고 다시 1위에 올라섰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출하량을 집계한 순위에서는 CATL이 4311.1 메가와트시(MWh)를 출하해 3479.2 MWh를 출하한 파나소닉을 꺾고 1위를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파나소닉이 1위를 탈환했지만 중국 업체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8.3%에 불과했던 CATL의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19.1%로 두 배 넘게 올랐다. 성장률이 324.4%에 달한다. 때문에 올해 전체 출하량에서 CATL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반기 출하량에서 우리 업체인 LG화학은 지난해 같은 기간 2위에서 4위로, 삼성SDI는 5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톱(TOP)10 순위에서 밀려났다. 당장은 중국, 일본에 순위에서 뒤지지만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이 개화하는 만큼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우리 업체들 역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배터리 제1공장이 있는 중국 난징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배터리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0년 이후 중국 내수용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생산능력 역시 2020년까지 90 기가와트시(GWh)로 늘어날 예정이다.
유럽 생산설비를 늘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폴란드와 헝가리에 공장을 확보했고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3월 헝가리에 착공식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별화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의 전기차 드라이브를 고려할 때 현재의 삼국지 구도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