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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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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고혈압 약 59개 추가 판매중지…"18만명 복용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06 13:38
-중국 원료 수입해 국내 제조한 발사르탄서 검출…환자 18만명 재처방받아야

-식약처 "최고용량 3년 복용시 ‘1만1800명 중 1명’ 암 가능성"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중국산 고혈압치료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된 데 이어 중국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발암 가능 물질이 발견됐다. 이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는 22개사 59개 품목으로, 해당 의약품은 잠정 판매 중단된다. 이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 18만명은 처방 또는 조제를 다시 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중국 ‘대봉엘에스’사가 제조한 발사르탄 제품에서도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이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국내 고혈압치료제 59개 품목에 대해 추가로 잠정 제조중지 및 판매중지 조치했다.

최근 3년간 국내 전체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발사르탄의 비중은 약 3.5%다. 이 중 일부 발사르탄에서 NDMA 잠정 관리 기준(0.3ppm)을 초과한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식약처는 중국 룬두사에서 들여온 조품 자체에 NDMA가 함유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DMA 잠정 관리기준은 식약처가 발사르탄 내 불순물인 NDMA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권고하고 있는 가이드라인(ICH M7), 국내외 자료 및 전문가 자문 등을 검토해 설정됐다.

NDMA 기준치를 초과한 대봉엘에스의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은 22개사, 59개 품목이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총 18만1천286명이다.

문제가 된 59개 제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진료받는 병원을 방문해 다른 의약품으로 재처방 및 재조제를 받을 수 있다. 처방은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기간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약국에 가더라도 의약품을 교환할 수 있다. 재처방과 재조제에 환자 부담금은 없다.

기존에 약을 처방·조제받았던 의료기관과 약국이 휴가 중이라면 다른 병원이나 약국에 방문하면 된다. 기존 병원·약국이 휴업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다른 곳에서도 교환이 가능하다. 환자는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의사의 상담과 재처방을 받으라고 식약처는 권고했다.

이밖에 식약처가 제지앙 화하이와 유사한 제조공정으로 제조된 발사르탄(24개사, 31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이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없었다.

식약처는 이날 발사르탄에 함유된 NDMA가 환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식약처는 최고용량(320㎎) 발사르탄 제품으로 3년간 복용한 경우, 자연 발생적인 발암 가능성에 더해 1만1천800명 중 1명이 더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ICH M7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0만명 중 1명이 추가적으로 암이 발생하는 경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헌 충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보통 한국사람은 죽을 때까지 약 34% 정도인 100명 중 34명이 1번 이상 암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여기에 (문제가 된 의약품을) 최고용량으로 3년 동안 복용했을 때 약 1만명 중 1명이 추가로 안 걸려도 될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개인별 복용량 및 복용기간 등을 고려한 종합적 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9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의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 115개 제품을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 중지시킨 바 있다. 제지앙 화하이에서 만든 발사르탄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 NDMA가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추가 조치한 59개 품목을 더하면 국내에서 NDMA 문제로 판매 중지된 고혈압 치료제는 총 174개 품목이다.

지난달 NDMA 관련 조치 당시에는 중국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이 문제가 됐으나, 이번에는 발사르탄의 원료를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정제 등의 공정을 거친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된 것이다. 다만 대봉엘에스의 발사르탄 제조 과정은 화하이와 달라 NDMA 생성 원인은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

한편 이날 판매중지된 59개 품목을 처방받은 18만명 환자 중 1만5296명은 앞서 화하이 발사르탄 문제로 교환한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화하이 발사르탄 재처방에 따라 약을 교환받았으나 이번 조치로 다시 약을 교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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