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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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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게임, 日생존법④] "넥슨의 日공략 키워드는 '현지화·미드코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01 15:33

국내 게임기업에 있어 일본은 무척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 북미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시장으로 꼽히는 빅마켓인데다가, 이용자들의 평균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특유의 폐쇄성 탓에 외산게임들에겐 '무덤'으로 통하는 곳도 바로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서 최근 한국산 모바일게임들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강하면서도 정확하게 현지 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본시장에서 살아남은 한국 게임들의 열도 공략법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日생존기…유행 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
② 불모지 뚫어낸 넥슨·넷마블의 2社2色 전략
③ [인터뷰] 넷마블재팬 엔도 유지 대표
④ [인터뷰] 넥슨재팬 김기한 모바일사업본부장

▲김기한 넥슨 일본법인 모바일사업본부장.



[도쿄(일본)=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캐주얼에서 미드코어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기업들엔 큰 기회죠. 넥슨도 이미 몸풀기 운동을 끝냈습니다.(웃음)"

김기한 넥슨재팬 모바일사업본부장이 빅마켓 일본 내 한국산 게임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넥슨의 일본시장 입지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에서 '히트'와 '오버히트' 등 연이은 흥행작을 배출하면서 현지 모바일 게이머들에게 넥슨이란 회사를 확실히 각인시켰고, 이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도쿄 롯폰기 소재의 넥슨 일본법인 본사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현재 일본 모바일게임 트렌드는 초기 한국시장이 그랬듯 인기게임의 장르가 캐주얼에서 조금씩 미드코어, 하드코어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라며 "'히트'와 '오버히트'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적기에 잘 읽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넥슨 역시 일본 라인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타이틀 대부분을 MMORPG 등 미드코어 이상의 게임들로 채워 나가고 있다"며 "특히 한국 게임사들은 RPG, MMORPG 영역에 탁월한 강점을 갖고 있어 앞으로 일본시장에서의 활약상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일본에서 MMORPG 장르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여기엔 게임의 높은 완성도와 철저한 현지화 작업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는 "재미있는 콘텐츠라면 어느 시장이든 통하지만, 일본의 경우엔 자기만의 문화가 강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서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로컬라이징에 실패한다면 일본에선 성공을 담보받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일본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래픽과 세계관 리뉴얼, 그리고 게임 운영의 방식 또한 철저히 일본에 맞춰야 한다"면서 "일본은 시장 규모가 크고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은 만큼 경쟁도 치열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에서의 넥슨 '히트' 시리즈 성공의 8할 이상은 '현지화'의 역할이 컸다.

오프닝 영상 및 일러스트 등에 일본 게임시장이 선호하는 그래픽 스타일을 적용하고, 스토리를 중시하는 현지 특성을 고려, 일본 시장을 위한 시나리오를 추가로 만드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또 최근 '오버히트'를 론칭하면서는 일본시장에 보다 세밀하게 접근하기 위해 별도의 개발조직과 운영 인력을 꾸리기도 했다.

"일본 게이머들은 완전히 다르다"고 운을 뗀 김 본부장은 "'히트' 론칭 전에 포커스그룹테스트(FGT)를 진행했는데, 양손을 사용해야 하는 가로형 액션 RPG를 한 손으로 플레이하더라. 가로형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면서 "우리에겐 익숙한 조작법이지만, 일본 이용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튜토리얼을 세세하게 뜯어 고쳤다"고 설명했다.

▲김기한 넥슨 일본법인 모바일사업본부장.


넥슨재팬의 다음 목표는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의 흥행이다.

2015년 인수한 모바일게임 전문 게임사 글룹스와의 협력을 통해 긴호흡으로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게임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넥슨재팬은 최근 글룹스의 역할을 전문 개발사로 돌리고, 게임 서비스는 넥슨재팬이 전담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넥슨재팬은 전문 퍼블리셔로, 글룹스는 전문 개발사로, 서로 각자 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힘을 모으겠다는 복안이었다.

김 본부장은 "'히트' 시리즈로 흥행을 일궜지만 엄밀히 따지면 내부 자체개발작은 아니었다"면서 "다음 목표는 개발자회사 글룹스에서 만든 모바일게임으로 넥슨재팬의 자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일본 내 흥행작 발굴을 위해 일본의 훌륭한 개발사들과의 협력을 통한 유력 라인업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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