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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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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의 눈] '목표는 제2의 디즈니'…언제까지 헛구호만 외칠텐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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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사진 밑 댓글엔 종종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예쁜 애 옆에 또 예쁜 애."

최근 방문한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성지’ 도쿄 아키하바라가 바로 그랬다. 이리를 봐도, 저리를 둘러봐도 각종 캐릭터 샵들로 사방이 에워싸여져 있다.

형형색색의 포스터들은 마치 네온사인을 켠 듯 도시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건물들도 하나같이 캐릭터 포스터를 마치 ‘옷처럼’ 입고 있고, 그 주위엔 캐릭터 복장을 한 아르바이트생들이 행인들에게 가게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키하바라야말로 ‘예쁜 애 옆에 또 예쁜 애’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도시다.

화려한 아키하바라 속에서 ‘아, 이거다’ 싶은 건 그 옆에 있었다. 콘텐츠 판매보다 이를 소비하는 그들의 문화와 방식에 더욱 눈이 갔다.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위치한 황금 역세권 자리에 현지 유명 아이돌그룹인 ‘AKB48’ 관련 매장이 성업중이었다. AKB48과 관련한 총선신문과 멤버별 포스터 등 각종 굿즈가 판매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카페도 마련돼 있었다.

또 그 바로 옆 가게엔 ‘건담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입구부터 만석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건담 관련 상품 판매는 물론 건담 얼굴을 본 따 만든 음료와 음식들이 함께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국내 모바일게임 ‘세븐나이츠’ IP를 접목해 운영중인 카페도 만날 수 있었다. 이곳 역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음료와 음식들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과 색다른 소통을 시도하고 있었다. 물론 한국엔 이러한 매장은 없다.

사실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들이 오프라인 세상으로 넘어오는 사례는 과거부터 꽤나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긴 호흡보단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 형태가 대부분이다. 또, 색다른 도전에 나서는 사례도 없을뿐더러 대부분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형태에 그치곤 한다. 지극히 1차원적인 IP 소모 방식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자체 IP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다. 저마다 제2의 디즈니, 제2의 마블을 만들겠다며 구호들을 외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목소리엔 ‘개발’에 대한 의지만 있을 뿐 ‘육성’에 대한 의지는 없다. 세계적 IP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확연한 차이가 벌어지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아키하바라 IP 카페에서 본 콘텐츠 소비방식은 단순한 생산과 구매방식을 넘어, 팬들이 이를 통해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자연스레 본래 IP로 또다시 유입될 수 있는 선순환의 모습이었다.

‘카카오프렌즈’, ‘리니지’, ‘라바’, ‘핑크퐁’ 등 한국에도 얼마든지 좋은 IP가 넘쳐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포장하고, 똑똑하게 소비시킬지이다. 한국에선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폄하되고 있지만, IP 수명 연장의 꿈은 바로 이러한 팬덤 문화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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