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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위드유(WITH YOU)]국가 소유 토지에 설치된 도로 붕괴 책임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23 09:22
박종배

▲박종배 변호사

덤프트럭을 운전하여 국가 소유의 토지에 설치된 도로를 진행하던 중 도로가 붕괴되면서 덤프트럭이 전복되는 A씨 사고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 도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을 통하여 설치한 농업생산기반시설이라면 위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농림수산부장관은 국가 소유의 토지에 농업종합개발사업의 시행을 인가하여 한국농어촌공사가 위 토지 일대에 경지정리사업을 실시하였고, 이 사건 도로는 농어촌정비법이 규정하는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 중 경지정리사업으로 설치된 농업생산기반시설인 도로로 설치되었다. 그런데 A씨가 이 사건 도로를 진행하던 중 이 사건 도로가 붕괴되면서 위 덤프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하급심 법원은 이 사건 도로를 설치·관리한 주체를 한국농어촌공사라고 판단한 뒤 이 사건 도로의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 시행과정에서 농업기반공사 사장이 그 사업시행자로 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이 사건 도로의 관리주체가 된 것도 법률에 의하여 국가 사무인이 이 사건 도로의 설치·관리 사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특별법에 의하여 설치된 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사무가 위임된 경우와 달리 그 사무귀속의 주체를 국가로 보지 아니하고 독립 법인인 한국농어촌공사로 보는 것은 합리적인 해석이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사건 도로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인정되는 경우,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로서는 현실적으로 이 사건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민법 제758조에 다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본래 이 사건 도로의 설치·관리업무의 귀속주체인 국가에 대하여서도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근거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은 국가배상법 제5조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영조물의 설치·관리의 하자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영조물의 설치·관리를 맡은 자와 그 비용부담자가 동일하지 아니하면 비용부담자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영조물의 설치·관리를 맡은 자, 즉 영조물의 설치·관리사무의 귀속주체를 그 배상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농어촌정비법 제16조 제1항은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 시행자는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이 완료된 때에는 당해 사업으로 설치된 농업생산기반시설을 관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도로의 설치자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이 사건 도로의 설치 이후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이 사건 도로를 관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즉 이 사건 도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을 통하여 설치한 농업생산기반시설이므로, 이 사건 도로의 설치·관리사무는 그 설치 당시부터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한국농어촌공사에게 귀속되어 있으므로 국가는 A씨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례는 국가배상법상의 영조물의 하자에 관한 책임이 반드시 그 소유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관리의 주체를 우선한 판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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