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에너지 View] 전기차 낙관론은 과장됐다?…"리튬, 코발트 가격 거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16 11:43

ELECTRIC VEHICLE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BYD 전기차 충전소.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시장엔 전기차 낙관론 일색이지만,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과장됐다며, 코발트와 리튬 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껴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금속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가장 뜨거운 원자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며 하락세를 띄고 있긴 하나, 코발트 가격은 최근 2년 새 3배 이상 폭등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 ㎏당 23.4달러였던 코발트 몸값이 올해 초 77.8달러로 크게 뛰었다. 2월에는 ㎏당 8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리튬과 코발트 가격 폭등세 속에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배터리 금속 시장 랠리는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 가정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에 대한 공급부족 우려로 지난 3년간 리튬과 코발트 가격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월가의 투자은행 뱅크오브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리튬 시장에서 "약간의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스바루 자동차와 마쓰다 자동차의 경우처럼, 전통 내연기관 엔진 차량에 초점을 맞추는 자동차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스위스의 자산운용사 티버리우스 그룹의 크리스토프 에블 최고경영자(CEO)는 "코발트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광기는 여러 측면에서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미래 신기술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얼마나 많은 대체재가 있을 것이며, 실제로 얼마나 많은 대체 현상이 일어날 지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기업들이 코발트와 함유량을 대폭 낮춘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상용화 될 경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시판 중인 배터리보다 리튬을 훨씬 적게 사용하는 배터리도 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리튬, 코발트 공급과잉? "광산업계 현실 반영 못해"

▲2016년 7월 1일∼2018년 7월 10일 리튬과 코발트 가격 추이. (단위=톤당 달러, 표=한국광물자원공사)


마이클 위드머를 포함한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은 리튬 생산업자들이 2025년까지 시장에 81만5000메트릭톤을 추가하는 사이, 수요 증가분은 46만톤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생산량 증가로 인해 탄산리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되는 리튬 평균 가격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영국 런던 소재 에너지 리서치ㆍ컨설팅 회사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코발트의 경우 올해 공급이 652톤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2만842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우드맥은 "코발트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2019년 평균가격이 톤당 6만2502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 평균가격보다 23% 하락한 것이다.

보고서는 2022년까지 코발트 평균가격이 톤당 4만4585달러선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현재 시장의 대세는 낙관적인 투자자들이다. 배터리 금속 생산자와 연결된 상장지수펀드(ETF)를 관리하는 앰플리파이 ETF의 크리스찬 매군 CEO는 "코발트 가격의 공급과잉을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광산업체들이 발표한 증산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때를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광산업계의 특성상 변수가 많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마감시한에 맞춰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공급과잉을 전망한 보고서들은 물류 상의 병목현상이나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종종 프로젝트를 지연시킨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군 CEO는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고전적인 수급 이슈가 있을 것"이라며 "주식 격언 중에 강세장은 걱정의 벽을 타고 올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 전형적인 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개인적으로 건강한 반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코발트, 리튬 전통금속 대비 투자 까다로워…헷징 선택지 제한적

리튬은 교환방식으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구매자와 생산자들이 포지션을 헷징(위험회피)하기 위한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코발트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투자자들의 흥미를 충분히 끄는 데 실패한 가장 큰 이유다. LME 코발트의 총 미결제 거래 잔고는 1000계약 미만으로 전체 중 5% 미만을 차지했다. 또, 거래소의 6개 주요 산업용 금속 중 거래량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DWS 그룹의 33억 달러 자금을 운용하는 도이치상품전략펀드의 다웨이 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코발트와 같은 배터리 금속의 틈새시장을 기피한 이유로 유동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유동성이 부재한 금속을 거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로의 진입을 반대하는 것은 쿵 매니저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본사를 둔 자동차기업 마쓰다의 고민에도 전기차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돼 있다. 마쓰다는 전기차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빠른 시일 안에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쓰다는 내년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전통내연기관엔진 차량에도 계속해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배터리 금속 수요 성장 속도에 대한 의구심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 전기차 전환 속도, 기름값 따라 움직일 듯…전망 ‘분분’

쿵 매니저는 "전기차의 도입 속도는 실제로 논란의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전통내연기관 차량이 연료로 사용하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높으면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빠른 전환이 일어나겠지만, 유가가 낮은 상태에 머무를 경우 전기차 채택은 훨씬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급 휘발유 가격이 올들어 14% 가량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갤런당 4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2012년 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 급증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유가에 힘입어 가능했는데, 당시 미국 평균 휘발유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웃돌았다.

쿵 매니저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16달러를 기록했는데, 다시 2012년 수준까지 기름값이 치솟는다면,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할 경우 산유국들이 나서서 공급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는 수요를 억제하는 경향을 띄기 때문이다.

뉴욕 소재 원자재 리서치 그룹 CPM의 제프리 크리스티앙 상무 이사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자동차 기업들 조차도, 도로 위에 있는 기존 차량을 전기차로 빠르게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위험한 리튬, 코발트 대신 안전한 구리에 투자하라?

크리스티앙 이사는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기본적으로 과대평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가격을 쳐다도 보지 않고 있다. 두 금속의 가격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어날 기대감에 힘입어 지나치게 올랐다. 실제 전기차로의 전환은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리튬과 코발트 시장은 왜곡돼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다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법으로 구리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19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소재 자산운용사 인베스텍 에셋 매니지먼트의 한레 로쏘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구리와 같은 전통 금속에 투자하는 안전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로쏘우 매니저는 전기차 확산 속도와 관계 없이, 전력 그리드,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구리를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극재에 대한 개발도 코발트와 리튬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최영민 LG화학 재료연구소 상무는 "코발트 값 급등은 배터리셀이나 전기차 가격 뿐 아니라 연구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따라서 앞으로 코발트가 가급적 적게 들어가거나 코발트를 거의 쓰지 않는 양극재에 대한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 상무는 "배터리업체나 자동차 OEM 입장에서는 코발트나 리튬 가격에 대해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코발트 양을 줄여 전체 셀 가격이나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NCM622 배터리(55kWh)와 NCM811(77kWh) 배터리를 직접 비교했다. NCM811은 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8:1:1인 배터리로, 기존 NCM622(니켈:코발트:망간=6:2:2)에 비해 니켈을 늘리고 코발트는 줄인 것이다.

순수전기차 1대 기준 NCM622에는 코발트 12㎏와 리튬 7.4㎏, 니켈 36㎏이 들어간다. 반면 NCM811에는 코발트 6.6㎏와 리튬 8.4㎏, 니켈 52㎏이 필요하다. 따라서 NCM811을 쓸 경우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니켈 함량이 늘어 주행거리가 확대되는 동시에, 코발트 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로쏘우 매니저는 전기차에 대한 많은 전망치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하며 "기업은 제품 홍보의 귀재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자동차 기업들에 의해 전기차 수요 전망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리튬, 코발트가 적게 들어간 배터리 상용화까지 가정할 경우, 시장이 빠르게 공급과잉으로 전환되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