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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내 충전소에서 모델 S가 충전되고 있다. (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니켈 가격이 앞으로 4년 안에 2배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최근 배터리 업계가 공급이 불안정하고 가격이 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니켈 수급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니켈이 주목받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전 세계의 니켈 연간 생산량은 약 200만 톤 수준이다. 이는 대부분 스테인리스강의 원료로 공급되고 있다. 생산량의 5∼6% 정도만 배터리 소재로 사용된다. 그동안 니켈 가격에 주로 영향을 미친 것은 환경, 무역 규제에 따른 니켈 공급량 변화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기차 수요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국적 광산기업 글렌코어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필요한 니켈은 지난해 전 세계 공급량의 5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향후 연간 110만톤이 추가 생산돼야 한다.
◇ 한달반새 12% 떨어진 니켈…"장단기 전망 낙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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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일∼7월 10일 니켈 가격 추이. (단위=톤당 달러, 표=한국광물자원공사) |
지난 수년간의 원자재 시장 불황기를 딛고,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간신히 빠져나온 니켈은 지난달 무역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한달 반 새 12% 넘게 하락했다. 10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은 톤당 1만3960달러를 기록하며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6월 7일 기록한 고점 1만5750달러와 비교해 12% 넘게 하락한 것이다. 주로 스테인리스 강 제조에 사용되는 니켈은 지난달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톤당 1600달러 이상 빠졌다.
전달 고점 대비 10% 넘게 후퇴했으나, 니켈 가격은 여전히 2017년 6월 기록한 최저치 대비 62%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재고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선물거래소 니켈 재고가 24주 연속 감소하는 동안, LME 재고도 2014년 중반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리서치ㆍ컨설팅 업체인 우드맥킨지는 9일 금속시장에 대한 추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 펼쳐지는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니켈에 대한 장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우드맥은 전기차 수요에 힘입어 2022년 니켈 가격이 2배 폭등할 것이라는 강력한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니켈 총수요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스테인리스강 생산이 향후 몇 년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단기적 관점 외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수요 급증이 니켈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 붐이라는 장기적 요인이 니켈 수급 펀더멘털을 매우 양호하게 세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드맥의 마이클 신덴 리서치 책임자와 로리 타운센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2040년 전기차 배터리의 니켈 수요가 126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니켈 총생산량이 200만톤을 약간 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 생산량 대부분 저품위 니켈 선철…배터리용 고순도 니켈은 부족
현재 니켈 생산의 대부분은 니켈 함량이 20% 수준이며 니켈과 철이 혼합된 페로 니켈 형태이거나 이보다 품위가 낮은 니켈 선철 (Nickel Pig Iron) 형태로 생산된다. 이들은 스테인레스 스틸의 생산에 대부분 공급되고 있어 배터리용 니켈의 수요 증가에 대비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양극재의 직접적인 재료가 되는 황산 니켈의 생산을 늘려야 급증하는 배터리용 니켈의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데 수급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제조가 가능한 1등급 니켈은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현재 다수를 차지하는 NPI에서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을 추출하는 것은 비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배터리용 니켈의 수요가 전체 니켈 수요에 비해 많지 않은 양이라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양극재 생산을 위해서는 니켈 순도가 높은 파우더 형태 등의 니켈이 필요한데 그 생산량은 2016년 기준 전체 니켈 생산의 1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고순도 니켈은 LME 기준 가격보다 3분의 프리미엄이 붙지만, 광산업체가 배터리 등급 니켈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제 및 처리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SNE 리서치 관계자는 "BHP 빌리턴이나 글렌코어, 중국 제련 기업 등이 제련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점이 안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 中 배터리업계 고품위 니켈 사재기 나서
이에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1위 CATL를 포함해 중국의 배터리 제조기업들은 고품위 원료를 사재기하며 무서운 속도로 재료를 비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NPI산업의 공급과잉이 임박했음에도 니켈 가격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1등급 니켈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데, 중국 업체들의 행태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풀이했다.
우드맥은 "배터리용 황산염 생산업체들이 고품위 니켈 원료를 충분히 찾는 것은 ‘2025년 이후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드맥의 가격 전망은 관련 기업들이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 문제와 대략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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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급(파랑), 가능성 높은 프로젝트(초록),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회색), 소비(남색 선). 2023년까지 축적된 재고가 전부 소진될 것으로 전망. 신규 공급 필요. 2030년까지 825킬로톤의 니켈공급 필요(추진 중인 프로젝트 포함). 2040년까지 2메트릭톤의 니켈 필요. (단위=킬로톤, 표=우드맥킨지/마이닝 닷컴) |
우드맥은 "니켈 시장은 수급 균형 혹은 소폭의 공급과잉을 유지하다 2023년을 기점으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신규 공급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2025년에는 배터리 등급 니켈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신규 광상이 적어도 2023년에는 대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2년까지 연 평균 가격이 톤당 2만8700달러로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결론지었다.
◇ 전세계 배터리업계, 니켈 함유량 높이기 ‘안간힘’
한편, 니켈코발트망간(NMC) 배터리는 세계 대다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선호하는 제품으로, 고가의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의 비중을 늘리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8:1:1 NMC 비율의 배터리(니켈의 비중이 80%, 코발트 10%, 망간 10%로 구성된 양극재)를 사용하는 경량 승용차 전기차가 향후 10년 안에 보편화되면, 니켈 수요량이 52kg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우드맥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300만대의 배터리 전기차가 판매됐다"며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이 1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할 경우 1000만대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재료로 최근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혼합한 리튬 산화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NCM 삼원계 양극재로 NCM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머릿글자를 따서 조합한 표현이다.
먼저 삼성 SDI가 BMW i3 용으로 공급하는 배터리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1:1:1 인 NCM 111이 적용 되고 있다.
또 LG화학이 GM Bolt를 위해 공급하는 배터리에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6:2:2 인 NCM 622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 기가 팩토리의 원통형 전지에는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이 혼합된 NCA 양극재가 사용되는데 니켈의 함량은 80% 이상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고밀도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배터리 양산이 배터리 업체들의 지상과제로 떠올랐다"며 "니켈 비중이 70%가 넘는 배터리 양산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2020년 하반기까지 니켈 비중이 70%인 ‘NCM(니켈·코발트·망간)712’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니켈 비중이 80%에 달하는 ‘NCM811’ 양산에 성공했다.